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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Sep 13. 2024

억대 연봉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계약은 하자고 콜은 온다오

웹소설 작가가 된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습작기까지 포함했고 출간을 하고서는 그보다 조금 못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억대 연봉 작가는 아니다. '웹소설로 10억 벌기' 등의 책을 쓸 수도 없다. 나름의 노하우는 있지만 나 역시 배워가는 사람이고 아는 것은 적으며 한 작품을 쓸 때마다 머리에서 지진이 난다. 


웹소설에 대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잘 쓰는 법'에 대한 글이고,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잘 버는 소설을 쓰는 법'에 대한 글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글을 쓸 수 없는데, 내가 웹소설로 잘 벌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못 벌지도 않았으나, 내 소설은 그 중간 어디메쯤이거나 아주 망하거나 늘 둘 중의 하나였다.


실패담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조금 전에 <유퀴즈>를 봤는데 지승현 배우가 나왔다. <굿파트너>에서 불륜남으로 나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톡톡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실은 18년차 배우였고,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배우였다. 그가 오래도록 쓴 일기에는 '파이팅 지승현' '나는 훌륭한 배우이다!' 등의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그는 실제 거울을 보면서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의 그런 인터뷰가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진행을 하는 유재석 씨 역시 자신의 무명 시절이 생각나는 듯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승현 배우가 아직도 무명 배우라면, 그의 그런 노력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수 있었을까? 그가 지금에서 이렇게 주목을 받고 예전의 노력들까지 박수를 받는 이유는 그가 지금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하지 못한, 아직도 무명의 설움 속에서 단역1을 맡고 있는 배우들은 그런 박수와 찬사를 받아서는 안 되는가?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나는 사회 비평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다. 지승현 배우와 같은 배우들은 과연 존경받아 마땅한 배우이다. 나는 같은 이유에서 오정세 배우도 좋아하고, 그의 그 유명한 수상소감도 여러번 보았을 정도로 좋아한다. '모두에게 다 동백이의 때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에게 그런 빛나는 순간이 왔듯이 묵묵히 노력하면 다들 성공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감동적인 수상소감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 노력 자체만으로도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계속 연기를 해 왔고, 쉬지 않았다면 말이다.


나는 배우로 치면 무명 배우와 같다. 하지만 나는 쉬지 않았다. 1년에 많게는 3작품 적게는 1작품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본격적으로 이 길에 접어들어 출간을 한 후에는 글을 안 쓰고 몇 달 이상 쉰 적도 없다. 출간을 하든 하지 않든 글은 계속 썼다. 그 글을 결국 출간하지 못하고 그저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는 명절이라 시댁을 내려갔을 때였다. 하루종일 부엌일을 하고 다른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아이가 자는 옆에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썼다. 그때는 하루에 1편을 써서 웹에 글을 올려야 하는 때여서였다. 글의 퀄리티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어둠 속에서 뭐라도 쥐어 짜내어 글을 썼던 기억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꾸준히 써내니 출판사들에서 연락이 왔다. 한 번 계약 진행한 출판사에서는 꼭 차기작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작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어도, 나는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은 없다. 물론 내용이 편집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 전면 수정한 적은 꽤 있다. 그럴 때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 수정을 해서 편집자를 만족시켰다. 그런 면들이 마음에 들었을까.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내 주변에는 다 성공한 작가밖에 없는 것 같지만 까고 보면 나 정도 꾸준히 쓰면서 수익을 올리는 작가가 부족한 것일까. 


앞으로 이곳에서 담을 이야기는, 그저 수익 상관 없이 '꾸준히' 쓰는 작가의 이야기다.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유퀴즈>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성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나 같은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보통 사람으로, 보통의 글을 쓰면서 사는, 언제 유명해질 지는 모르고 평생 유명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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