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지나갑니다

by 나무나비

최근의 곽튜브 논란을 보고서 생각이 많았다. 처음 드는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저게 저렇게 욕 먹을 행동인가?'


유투브 크리에이터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곽튜브는 그중 방송 출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으니 연예인에 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연예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까닭은, 연예인이라는 것은 내 생각에 대중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 존재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보통 대중들의 입맛에 짜여진 콘텐츠에 특정한 캐릭터나 콘셉트를 가지고 대중 앞에 서지만 유투버는 다르다. 유투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것을 듣고 싶은 대중 앞에서 한다.


예를 들면 똑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연예인이 출연하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은 대중들의 취향에 따른 콘셉트를 일단 정하고 촬영을 하기 시작한다. 가서 연애를 한다든가, 혹은 아주 적은 돈을 가지고 가서 여행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든가, 아니면 버스킹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콘셉트를 뽑고 난 후에는 그것에 맞는 연예인들을 캐스팅한다. 그 연예인들도 각자 캐릭터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부여될 수 있다. 아주 잘생기고 매혹적인 캐릭터일 수도 있고, 중간중간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캐릭터일 수도 있고, 싱어송라이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캐릭터들은 꼭 실제 캐릭터들일 필요는 없으며, 또한 부여된 캐릭터에 실망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은 대중들이 프로그램을 떠나거나 그 연예인을 비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잘생겨서 연예 여행 프로그램에 캐스팅 된 연예인이 자다가 방귀를 뀌는 장면이 찍히면, 그것은 반드시 편집되어야 할 장면이 된다.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나와서 엉뚱하게 멋있는 척만 하는 것도 비호감일 것이다. 그러므로 PD는, 그들에게 적절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편집하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여행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한 것은 콘셉트가 아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 자신이다. 크리에이터는 영상을 찍기 전에 '본인이 가고 싶은 여행지'부터 정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그 모습을 구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캐릭터는 대개 작가 본연의 캐릭터이다. 구독자도 처음에는 소수인 것이 대부분이라서, '이 사람들은 내 팬이고 나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에게 하듯이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이 없는 실수를 가감없이 노출하기도 한다. 이 구독자들은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까닭은, 곽튜브가 크리에이터 출신 방송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에 바로 이 논란의 핵심이 있다. 유투브 크리에이터로서 방송인이 된 사람은, 그 당사자는 자신을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할 지라도 사람들은 그를 방송인으로 본다. 곽튜브는 크리에이터로서 여행을 갔고,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것을 대중들은 '곽튜브'의 이야기가 아닌 대중으로부터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로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곽튜브가 '나의 이야기'라고 담은 이야기를 그들은 소비되는 곽튜브의 캐릭터로 해석하고 그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곽튜브는 한 여성 연예인과 함께 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자신이 그녀를 오해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한 사람에 대해 오해를 했고, 그것을 여행을 가서 풀었다. 곽튜브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 사건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다. 곽튜브는 대표적인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성공한 사람'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러브로 곽튜브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이 대중들이 그에게 바라는 기대이자 이미지이다. 만약에 곽튜브가 대표적인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인 연예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 자신들의 상처를 나누었다면 그것은 오히려 호감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함께 간 연예인은 오히려 학교폭력 논란이 있었고, 자신이 활동하던 걸그룹에서도 집단 따돌림 의혹으로 그룹을 해체시키고 서로 고소까지 가게 만든 인물이었다.


물론 곽튜브가 말한 것은 '학교 폭력'이지 '그룹 내 따돌림'이 아니었으며, 곽튜브가 사과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연예인은 '학교 폭력'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그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이미지이다. 곽튜브가 '학교 폭력 피해자로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크리에이터를 넘어서 연예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인 것과 대조적으로 그 연예인은 진실이든 아니든, 그 걸그룹 내에서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낱낱히 밝혀졌든 아니든 이미 '집단으로 가하는 폭력의 가해자'라는 이미지가 매우 뚜렷하게 박힌 인물이다. 그러므로 곽튜브가 그 연예인의 손을 잡는 것은 자신에게 있는 이미지를 배신하고, 더불어 대중이 그에게 부여한 캐릭터까지 무시하는 행동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나는 곽튜브에게 딱히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유투브 크리에이터로서, 다만 대중의 시선을 받는 연예인의 위치를 몰랐기에 그와 같은 실수 아닌 실수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그는 두 번이나 정중한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를 비난하는 대중들은 그 사과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 그들은 사과 후에도 곽튜브에게 유투브 크리에이터로서는 수치스러운 '나락 갔다'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그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악플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곽튜브는 묵묵히 그 돌을 맞는 중이다. 아마도 이 공격의 원인이 자신에게도 일부 있다는 생각에 참아내고 있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고난을 거치고 난 그는, 크리에이서로서만이 아니라 연예인으로서도 좀 더 단단한 입지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를 본 것은 '데블스 플랜'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함께 세트장에 갇혀서 퀴즈를 풀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미션을 담은 프로그램인데, 곽튜브는 유투브 크리에이터 출신임에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미션에서 뚜렷한 캐릭터와 존재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 그의 그런 모습이 누구에게는 호이고 누구에게는 불호였을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분명한 스타성이 있었고 발전가능성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그는 여러 방송 출연 제의를 받았고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그 사람이 정말로 회생불가능한 정도의 잘못을 했고, 그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정도라면 그 사람은 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곽튜브는 그 정도의 잘못을 한 것 같지는 않고, 또 그 잘못에 비해 과한 뭇매를 맞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언젠가 그 많던 비난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만약 곽튜브가 지금 사건에 대해서 대중에게 환멸을 느껴서 연예계 생활을 그만 두지 않는 한은, 그는 언젠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악플을 쓰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어서 그 사람이 또 쓰고 또 쓰는 것이지 지금 보이는 것처럼 온 민족이 그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생업과 생활에 바빠서 관심도 없고 말 한 마디 보태지도 않을 것이요, 또 개중에는 저렇게 맞고 있는 것이 불쌍한데 말을 보탰다가는 나까지 나락을 갈까 봐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쓰는데 매우 큰 용기를 내야 했다. 나는 유명하지도 않고 그냥 혼자 글 쓰는 사람이지만, 그런 나의 글도 누군가는 매우 고깝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같이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왕따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본다. 부디 모든 것이 지나갈 때까지 견디기를. 그러고 나면 당신 주위에는 좋은 것들만 반짝반짝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한 마디 첨언하자면, 나 역시 학교폭력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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