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라면 제목만 봐도 공감했을 터. 여름이 되니 집안일이 더 하기가 힘들어진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 청소를 했다 하면 땀이 뻘뻘 나고, 쉬 지쳐버린다.
가사를 돕는 각종 기기들이 잘 도와주긴 하지만 그것을 움직여서 집안일을 하게 하는 것도 역시 주부다.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으려면 넣기 전에 이물질과 애벌설거지를 해야 깔끔하게 세척이 잘 되고 식기 세척기의 거름망 관리도 용이하다.
로봇 청소기는 어떠한가. 로봇 청소기도 점점 진화하여 충전도 스스로 하는 것은 진작에 했고, 먼지망 비우기도 자동에다 자동급수 등 점점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로봇 청소기를 돌리기 전 장애물이 될 만한 것들은 조금 치워주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등의 수고와 나중에 먼지망과 필터 등 여전히 관리해주어야 한다. 일반 청소기나 핸디 청소기도 그러한 건 마찬가지이다. 먼지망을 비우고 필터도 세척하여 햇빛 소독을 하는 등의 주기적인 관리는 필수다.
건조기, 세탁기는 어떠한가. 빨래를 너는 수고를 덜어 주고 먼지까지 제거해 주며 꿉꿉한 날씨라도 보송보송하게 빨래를 말려주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가전으로 자리 잡은 건조기이지만 사용 후에 먼지망을 깨끗이 비우고, 콘덴서도 주기적으로 관리해 주어야 한다. 세탁기도 마찬가지 통 세척과, 건조를 잘해 주어야 빨래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옛날 옛적의 주부들의 집안일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바빠진 현대 사회만큼이나 바빠진 요즘 주부들에게는 여전히 버거운 집안일이다. 거기에다 맞벌이로 일하는 워킹맘이 있는 가정이면 일손이 더욱 부족하다.
나만 해도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정해진 일들이 있고 출근도 해야 하므로 시간을 마냥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아침에 오전 출근을 하기 전에는 아이들 아침 준비와 등교, 출근 전에 세탁기를 돌린다든지, 물을 끓여 놓는 등의 일을 하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아침 식사의 설거지와 세탁기의 빨래를 건조기에 넣을 것과 자연 건조를 분리하여 건조를 시킨다. 점심을 집에 와서 먹는 남편 덕에 점심식사 준비를 후다닥 하여 점심을 먹고 그 뒷정리도 후다닥 한다. 오후 출근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 간식을 식탁 위에 두고 출근을 한다. 오후 출근이 없으면 그때부터 집청소와 장보기, 저녁준비를 한다. 지역 특성상 온라인 장보기, 배달이 어려운 지라 장은 필요할 때 오프라인으로 로컬마트 같은 곳에서 장을 본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이 오고 저녁 준비와 저녁상을 차려 주고, 식사 후 간식을 챙겨주면 주방은 얼추 마무리가 된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건조기에서 다 된 빨래를 개야 하고, 아이들 숙제나 공부를 조금 봐줘야 한다. 그리고 각 종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러 갈 수 있도록 현관 앞에 둬야 한다. 그래야 남편이 버리러 가기 편하므로.
하루에도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여 엄마로, 직장인으로, 가정의 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로,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선생님으로 여러 역할을 감당하고 나면 휘몰아쳤던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어른들 말씀에 집안일은 안 하면 티가 나고 하면 티가 나지 않는다는 말씀이 하나 틀린 것이 없음을 살면서 매일 느낀다. 빨래통에 빨래들이 꽉 끼여 있으면 답답하여 구출해 줘야 하고, 설거지통에 설거지가 넘쳐나면 역시 빨리빨리 회전시켜 깨끗한 그릇으로 변신시켜 줘야 한다. 냉장고가 식품 장기 보관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식료품 로테이션에도 신경 써야 하고, 냉동고 역시 화석창고가 되지 않도록 빨리 구출해서 먹거리로 승화시켜야 한다.
아주 가아끔씩 식기류 소독과 냉장고 대청소도 해야 하고, 세탁기 관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이불 빨래도 2주에 한 번씩은 해 주어야 하고, 욕실 관리는 어떠한가. 하루에 한 번씩 변기 청소도 샤워하면서라도 휘리릭 해야 하고, 락스 청소도 일주일에 2번은 실시해야 한다.
정말 끝이 없는 집안일을 적고 또 적으니 글이 끝이 나지 않는다. 티가 나진 않지만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원래 기본 값으로 생각하고 집을 생활하기 편리하고 쾌적하도록 관리하고 가꾸어 나간다. 이것을 끝내고 나면 이 일이 기다리고 있고, 이것을 하면 다른 일이 빼꼼하고 손짓을 한다. 그래서 매일 해도 줄지 않는 집안일이 되어가는가 보다.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주부라면 누구나 하는 일임을 알기에 묵묵히 그냥 해 나가는 수밖에 없음을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닦고, 쓸고, 개고, 정리하는 집안일을 수행하듯 해 나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