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면 사랑 가족이다. 파스타, 칼국수, 자장면, 짬뽕 등 온 국민의 기호식품인 라면까지 면이라면 다들 후루룩 쩝쩝을 외치며 맛있게 먹는다. 그중에 식구별로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 있어 약간의 선호도가 갈리지만 대체로 면을 좋아한다. 밀가루를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한 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면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꼭 면요리를 먹는다.
그중에 최애 면요리를 꼽으라면 우리 가족은 국수를 꼽는다. 제주에 살아서 고기 국수를 먹을 일이 많지만, 우리 부부의 출신지인 경상도식 멸치 육수를 낸 국수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입맛을 닮는다고 했던가. 식구라는 말처럼 같이 먹고사는 가족으로 묶인 우리 식구들은 입맛도 닮아가서 제주의 고기국수보다 시원한 멸치국수를 훨씬 더 좋아한다. 그리고 면발의 굵기에 따라 나뉘는 국수의 종류에서 중면보다 소면을 선호한다. 사실 중면, 소면도 잘 몰랐는데 제주에 와 보니 제주의 식당들에서 판매하는 국수의 면발은 경상도 국수의 면발과 다른 중면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는 집에서 국수를 해 먹는 날이면 꼬박꼬박 소면을 사서 삶는다.
또한 부산과 경상도식 국수의 특징인 지 잘 모르겠지만, 다진 양념이라고 하는 간장, 고춧가루, 다진 파와 깨가 들어가는 양념장을 얹어 먹는 국수가 익숙한 우리 부부여서 집에서 국수를 해 먹을 땐 양념장이 빠지질 않는다. 그래서 멸치육수의 간을 양념장을 넣어먹을 것을 감안하여 심심하게 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라 하겠다.
멸치국수라고 하는 시원한 국물의 국수라면, 그 위에 얹을 고명을 어느 것도 마다하진 않지만 우리 집에서는 잔치국수 스타일로 해 먹는 것을 선호하는 지라 적어도 3개 고명에서 4개까지도 고명을 올려 먹는다. 고명의 종류는 대동소이한데, 계란지단을 얇게 채 썬 것, 채 썬 당근 볶음, 채 썬 호박 볶음, 간혹 표고버섯볶음을 올려 먹는다. 역시나 국수를 즐겨 먹던 친정에서 어깨너머로 배웠던 국수라서 친정 엄마표 국수를 흉내 내어 만드는 것이다.
예쁘게 담고 싶었지만, 배고픔에 후다닥 담을 때도 많았다.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육수이다 보니 큰 냄비에 먼저 육수를 낸다. 육수가 우러나올 동안, 계란을 풀어 지단을 만들고 지단을 만들어 식힐 동안, 고명으로 올릴 채소를 손질하여 한편에 둔다. 차례, 차례로 채소들을 볶아 놓는다. 육수가 어느 정도 우러나오면 세숫대야 같은 냄비에 물을 받아 국수를 삶을 준비를 한다. 물이 끓을 동안 양념장을 만들어 마지막 준비를 한다. 국수를 꺼내 식구들이 먹을 만큼을 가늠하여 올려 두고, 물이 끓으면 타이머를 3분 30초로 맞추어 국수를 삶아 낸다. 아, 삶아낸 국수를 씻을 체망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차가운 물에 찰랑거리며 흔들리는 국수 면을 잘 헹궈내어 그릇에 한 움큼씩 담고, 고명을 올린 뒤 육수를 부어 내면 한 그릇의 국수가 완성된다.
후루룩, 후루룩 먹방 유튜버들에게서만 보던 현란한 면치기를 하며 먹어대는 두 형제와 남편을 보며 배부르게 함께 먹는다.
우리 가족만의 소울 푸드가 완성되어 함께 먹고 맛을 나누고 순간을 공유하며 영혼에도 각인시킨다. 진정한 소울 푸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