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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05. 2023

가지솥밥은 못참쥬

방울토마토와 오이에 이어 텃밭의 터줏대감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여름의 맛을 보여주는 가지이다.

가지를 키워보기 전엔 몰랐는데 가지는 줄기도 보랏빛을 띠고 가지꽃도 보라색이다.


처음에 가지는 1개씩만 열리다가 꽃들이 지고 나니 일제히 나무 3그루에서 두세 개의 가지가 주렁주렁 열렸다. 보기만 해도 기특하고 얼마나 예쁘던지. 윤기와 광이 자르르 흐르는 가지는 탐스럽고 빛이 났다. 비록 마트에서 파는 통통하고 알이 굵은 가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그저 우리 텃밭에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고유성을 띄니 객관적인 아름다움과 상관없이 예쁘고 귀해 보이는 것이 똑 닮았다.

반질반질 예쁘게 각각의 개성을 뽐내면서 주렁주렁 열린 가지들


가지는 특유의 물컹물컹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를 봤다. 그리고 딱히 요리할 것이 생각나지도 않는 것이 가지요리를 맛본 적이 기껏해야 구운 가지와 가지나물이었다. 구운 가지는 스테이크를 먹을 때 가니쉬로 곁들여 나와서 먹은 적이 있었고, 가지나물은 친정엄마가 종종 해주시던 것이어서 자주 먹었다.


지난번 가지로는 볶아서 나물과 가지볶음 어디쯤을 헤매는 요리로 그래도 잘  먹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 집에 주렁주렁 열린 가지로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에 들어갔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가지밥인데, 대파로 파기름을 내고, 가지와 다진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쌀 위에 이불 덮듯 덮어서 해 먹는 솥밥이다. 가지밥은 나중에는 부추를 소복이 덮어주고 계란 노른자로 화룡점정하듯 올려 참기름을 휘릭 두른 뒤 주걱으로 쓱쓱 비벼 먹는다.


여름에 해 먹으면 더 맛이 좋은 것 같은 여름카레에도 가지는 빠질 수 없는 주연이다. 토마토소스와 고형카레, 그 밖의 여름에 제철인 채소 몇 가지를 더해 카레처럼 뭉근하게 끓여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오늘의 가지 요리로 픽 된 것은 가지솥밥이다. 가지를 설컹하게 볶아도 밥과 함께 지어지면 푹 익게 되니 리과정도 간단하다. 거기에 솥밥의 묘미인 한 그릇으로도 충분한 식사가 되니 그 또한 훌륭하다.

가지솥밥이 만들어지는 과정


식구들 모두 오랜만에 먹는 가지밥을 반가워하며, 더구나 우리 밭의 가지라는 것에 감탄하며 가뿐하게 한 그릇씩 깨끗하게 비웠다.

푸릇푸릇 부추 이불을 덮고 있는 가지들.  부추 역시 우리 텃밭에서 공수

여름의 맛이 많지만 우리 집만의 여름의 맛으로 가지밥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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