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고 하면 하기 쉬운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마땅히 할 반찬이 없고, 한 그릇음식으로 간단히 하고 싶을 때 재료만 손질해서 볶다가 카레가루를 넣고 끓이면 되니 간편하다. 누가 하든 맛 좋은 요리로 한 그릇 뚝딱 하게 만드는 음식이니 서로에게 좋은 음식이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봤던 여름 카레는 자우림의 김윤아 님이 어느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주셨던 음식이다. 이름도 예쁜 여름 카레는 여름철에 나는 제철 채소와 함께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고형 카레를 조금 넣어 카레향이 나는 토마토 스튜 느낌의 요리였다. 그 당시 이름도, 색감도 너무 독특하고 예뻤던 터라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한 번 만들어 먹어야지 했던 음식이었다. 그 뒤 집에서 해 먹었고, 여름철이면 한 번씩은 해 먹는 별미 요리가 되었다.
예쁘게 담는다고 애쓴 카레 한 그릇
여름 카레의 재료는 기존 카레에 넣는 재료에다가 여름철 채소만 조금 더 추가하면 되는 것이어서 어려울 것이 없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텃밭 채소인 가지와 호박을 추가하였고, 냉장고에 있던 각종 야채들을 총출동시켜 썰어 넣었다. 가지, 호박, 파프리카, 당근, 감자, 양파, 밤호박까지 넣고 돼지고기도 넣었다. 각종 재료들을 깍둑썰기하여 한 데 넣어 볶고, 물을 부어 끓이면 되는 국민 요리 카레이다. 여기서 조금 다른 점은 볶은 야채에다가 토마토소스를 넣고, 고형 카레 두 조각을 넣었다. 점성이 부족한 듯하여, 감자전분을 물에 개어 넣으니 되직해졌고, 감칠맛을 위하여 치킨스톡 두 조각을 넣었다. 그랬더니 토마토 스튜 같기도 하고 카레이기도 한 여름카레가 완성되었다.
카레의 삼단 변화 과정
여기에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를 삶아 한 번 휘리릭 볶아 파스타 소스로 응용해도 훌륭하다. 카레 한 솥 해 놓으면 든든해서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어디 외출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갈 데도 없고 설거지만 한 가득이다.
화려한 요리도 아니고 누구나 만들 줄 아는 카레이지만 어느 음식이나 그렇듯, 거기에 추억이 베이고 식구만의 정서를 공유하면 훌륭한 요리가 되고 기억에 남는 맛있는 한 끼가 된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밥을 먹는 우리 식구들이 있어 정겹고 정답다. 나의 수고를 알아주고 엄지 척해주는 식구들이 있어 돌밥을 할 수 있는 힘이 솟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