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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05. 2023

연조직염(봉와직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어서 와. 연조직염(봉와직염)은 처음이지?


나 또한 연조직염은 처음 만나는 거라 허둥지둥 정신이 없었다. 매번 환절기나 여름철에 더더욱 건선이라 하는 가려움증이 극에 달해 벅벅 버버벅 버벅버벅 긁곤 했다. 발목과 발등을 말이다. 어느 정도 긁다 보면 발갛게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가 손독이 올라 피딱지도 보곤 했다. 몇 년째 아니, 몇 십 년째? 해 오던 여름철 일과였기에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대신 깨끗이 씻고 보습크림을 발라 주는 것으로 대신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 녀석에게 된통 당했다.

긁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탈이었을까. 여름이어서 염증이 쉬이 더 나는 것이 문제였을까. 아무튼 긁어서 생긴 상처에 세균이 침투해서 붓기 시작했고 통증으로 이어졌다.

발이 부풀어 오르더니 별로 날씬하지 않은 발이 코끼리 발로 변신해 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걷기가 어려울 정도록 악, 억,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밤새 발이 더 부어 그런 듯했다. 조금씩 발을 풀어부며 워밍업을 하며 절뚝절뚝 거리며 집안일을 하고 뒤뚱뒤뚱 돌아다녔다.

덕분에 여름이라 아이들과 물놀이를 두 건이나 계획했건만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속상해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도서관도 가고, 장도 보고, 집안 청소와 욕실 청소도 하고, 밥도 했다. 병원에서는 다행히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아왔다.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는 연고도 바르라고 했다.


이틀 동안 열심히 약도 먹고 바르기도 했으나 큰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병원을 가니 항생제를 바꿔주신다 했다. 항생제 주사는 다른 주사에 비해 조금 더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이 염증이 가라앉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이 정도 아픔쯤이야 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번에는 상처부위를 감싸고 더 붓지 않기 위함인지 압박붕대로 처치도 해주셨다. 다소 무서운 말은 붓기가 더 심해지거나 온몸에 발열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말도 해 주셨긴 했지만 그럴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아프면 노심초사하며 보초를 서고, 상태를 관찰하며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덜 아프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음식과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편이 아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가 아프니 좀 더 참고, 좀 더 견디게 되는데 이게 결국은 더 큰 병을 부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 병원에서도 선생님이 병을 키워오지 말고 가려울 때 정확한 진단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말씀하시긴 했다. 별거 아니라고 방치하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따끔한 경고의 말씀과 말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작은 힘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을 더 큰 것으로 대치되지 않도록 몸도 마음도 잘 보살펴야겠다는 깨달음을 몸의 한 부분이 불편하고 통증을 느껴봐야 깨닫는 미련한 나를 본다.

그래도 이만하니 다행이고, 아이들이 아프지 않아 다행이고,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 적절한 진료와 처치에 감사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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