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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03. 2023

혼자만의 시간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나니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 절실해졌다. 학기 중일 때도 일터와 집을 종종걸음 치며 다니던 나지만, 그럼에도 점심시간이나 아이들이 학원에 간 시간에 잠시 잠시 여유를 가지고 남편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방학은 어떠한가. 아이들의 삼시 세끼를 다 해결해야 하는 중대사명과 함께 아이들은 거리낄 것 없이 아침이 돼도 느긋, 점심 때도 느긋, 밤에도 늦게 까지 느긋한, 말 그대로의 방학이다. 물론 두 군데 가는 학원이 나에게 잠깐의 여유를 선사해 주곤 하지만 그때는 병원이나 장보기, 청소 등 아이들이 없을 때 재빠르게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눈썹 휘날리게 해치우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올 시간이고 끼니를 걱정하며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당도해 온다.


아이들의 방학 때는 놀기도 해야 하겠고, 다음 학기 공부도 예습 정도는 해야 하겠기에 더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틈틈이 식단을 짜고 장보기를 하면서도 아이들의 문제집도 주문해서 공부도 봐줘야 하고 물놀이를 어디로 갈 것인지 탐색도 해야 한다. 또한 휴가도 빠질 수 없어서 그 계획도 세워 봐야 한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나름 계획적인 성향의 나여서 혼자 마음이 분주하고 정신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머릿속은 풀가동으로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침을 물리고 나면 아이들 이전학기 문제집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며 복습계획과 더불어 이미 도착해 있는 새 학기 문제집을 균형 있게 그날 분량에 따라 해치우도록 해야 한다. (정말 해치우는 게 맞다. 해치우지 않으면 늘어져서 다음날 할 분량이 늘어나 버린다.)

주부라면 누구나가 고민하듯이 점심을 먹으며 저녁메뉴를 생각하고,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며 냉장고 파먹기나 외식, 배달도 고려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후식 과일과 더불어 내일 아침은 뭘 줄지 또 머리를 팽팽 가동한다. 냉동고에 있는 것이면 미리 꺼내두어 해동도 시켜야 한다.

집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할 틈틈이, 학원에 가 있을 동안 해치울 일들을 머리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원을 가면 또 일을 해치우고 비로소 자리에 앉는다.


저녁 준비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잠시 허락된 시간을 갖는다. 프롤로그까지만 읽었던 책을 집어 들고, 밀린 톡을 확인하며 시원하게 커피나 콤부차를 마시며 또는 멍을 때리며 여유를 즐긴다. 꿈결 같은 시간이 휘리릭 지나고 나면 어느새 아이들이 올 시간, 저녁 준비할 시간이다. 짧은 몇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흘러가서 어디 좀 붙들어 놓고 싶은데 얄짤없다.


오늘도 정신없음과 해치우는 일과 잠깐의 여유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버티고 있다. 정말로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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