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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22. 2023

크로스백을 메는 법칙

손에 앙증맞게 들 수 있는 토트백이나 둘러멜 수 있는 숄더백보다 두 손의 자유와 흘러내리는 가방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긴 끈이 목과 한쪽어깨를 통과하여 사선으로 는 크로스백을 선호한다. 그래서 크로스백을  때 끈을 걸치는 어깨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가 중요하다. 어느샌가부터 크로스백 끈을 오른쪽 어깨에 걸쳐 놓고 가방은 왼쪽 옆구리와 골반에 걸쳐두는 길이로 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번은 양손에 들 짐이 많아 크로스끈을 아무렇게나 여기서는 정확히 왼쪽어깨에 걸쳐 두었더니 남의 어깨에 끈을 단 듯 어정쩡한 포즈에 무게 중심이 맞지 않는 것처럼 엉거주춤의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나만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 기뻤고 멋쩍었다.


주방에서도 욕실에서도 화장대서랍과 각종 옷장 서랍에서도 사용자와 관리자가 일치한다면 법칙이 어디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혼자 웃음 지었다. 옷걸이에 옷을 걸 때 옷의 앞 쪽이 오른쪽으로 향하게 옷걸이 머리를 일렬로 건다든지, 주방에서 싱크대 서랍 1열 중 속 서랍에는 각종 수저와 커트러리를, 1열 바깥 서랍에는 국자와 뒤집개를 비롯한 조리도구가, 각 통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차렷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와 나의 거리가 어디쯤인지 가늠해 보며 크로스백을 는 법칙을 적용한다. 어디쯤이 서로에게 편하고 좋은지, 딱 알맞은지의 지점을 찾아 가방 끈을 오른쪽 어깨에만 걸치듯, 관계도 걸어 안착시킨다.


분리수거함을 각종 품목대로 구비해 두는 것이 공간활용에도 미관상에도 좋지 않아, 세 가지로 분류해 두는데 플라스틱과 유리병은 같은 함에 보관해서 플라스틱을 버리러 갈 때 분류해서 버린다. 플라스틱 사이에 숨어있는 유리병을 구출해 내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이제는 으레 플라스틱 사이에 유리 재활용품이 있겠거니 알아서 분류하게 되니 여기도 크로스백을  법칙이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낯선 것은 위험하고 불편하게 되어버려 선호하지 않고 피해 가면서 생겨버린 것이 이런 법칙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더욱 잘 알아가며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편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나만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이런 법칙은 존재해서 어느 것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는지 잘 관찰하고 세심하게 맞추어 주는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하려 노력한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남편이 내가 원하는 방식 그대로 쓴 물건을 정리해 두거나 남편이 예전보다 너그러워졌다고 느껴서 말했더니 나를 잘 알게 되어서 그렇다는 동문서답을 한다. 필시 나의 크로스백 법칙을 살면서 알게 되니 서로 맞추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흐뭇했다. 나의 취향이나 성격,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칙 아닌 법칙에 웃음 지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도를 높여간다.


당신의 크로스백을  법칙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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