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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an 04. 2024

잘 아는 단골 음악이 생긴다는 것

잘 아는 단골 맛집만큼이나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아이들과 아침이면 클래식 라디오를 듣는다. 아침 준비를 하며 듣기 좋은 클래식 라디오는 KBS의 이재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출발 FM과 함께'인데, 이재후 아나운서의 편안한 목소리도 듣기 좋고 돌발 퀴즈와 여러 사연들을 전해주는 따뜻함도 좋아서 듣는다. 아이들은 여기서 익숙하게 들어서 알게 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좋아하고 큰 아이의 최애가 된 캐논도 좋아한다. 드보르작의 웅장한 신세계로부터도 좋아하는 곡이다. 모차르트의 환상곡도, 쇼팽의 즉흥 환상곡, 에튀드, 야상곡들도 좋아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어깨가 들썩들썩 기상시간과 밥 먹는 시간이 즐겁다. 계절마다 찾아 듣는 비발디의 사계도 빠질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을 듣고 있다. 빰빰빰빰 빠라밤~ 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웅장한 멜로디를 듣고 있노라면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같이 듣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라이드를 해줄 때 핸드폰을 주며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해서 듣게 하는데, 짧은 이동시간으로 긴 곡은 듣지 못하고, 짧은 곡을 검색해서 듣는 편이다. 아이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쇼팽인데, 쇼팽 에튀드 시리즈는 다 좋아한다. 나비, 승리, 추격, 흑건 등을 좋아하는데 빠른 전개와 현란한 피아노 연주를 보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연주자로는 이미 유명한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을 좋아하고 선우예권의 연주도 즐겨 듣는다.


  세탁기의 세탁이 끝나면 나오는 슈베르트의 '송어'도 좋아하고 일상생활에 흘려가며 들을 수 있는 음악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서 잠깐의 라이드 시간에 듣는 클래식 곡들을 소중하고 재미있게 생각한다.


   큰 아이가 작년 12월에 열린 피아노 콩쿠르에서 학년 1등을 했지만, 아쉽게 대상 수상은 못하고 준대상에 그쳤다. 피아노를 3학년 때부터 배워서 3년째 하고 있는데 틈만 나면 피아노를 치려 하고, 새로운 곡들을 찾고 들어보는 데 열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형아 따라쟁이 둘째는 형아를 보고 자신도 클래식 곡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피아노를 언제까지 즐기고 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기에 자신만의 피아노를 치고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즐기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피아노를 치면서 틀리기도, 작곡가나 곡명을 잘 못 알기도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 나름의 예술임을 믿는 엄마이다. 그래서 이때의 기억이 풍요롭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밑거름 중의 하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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