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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Dec 25. 2022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면 생기는 일

어릴 때 산타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었고, 그 선물이 부모님이 주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갈 때쯤 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 보니 집집마다 크리스마스는 부모님들이 007 작전을 펼치며 올 해도 무사히 넘겼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우리 집은 다행히도 산타가 주는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게 되어서 엄마, 아빠에게 갖고 싶은 것을 말하고 선물을 받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그래서 우리 집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결혼 전보다 나의 가족이 생긴 지금이 크리스마스가 더 설레고 기다려진다.



코 끝에 찬바람이 느껴지기도 전에 올해 크리스마스에 대해 생각한다. 먼저는 트리를 어떻게 꾸밀지 생각한다. 실제 전나무처럼 보이는 정교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몇 해 전부터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작년에 나름 비싸게 구매를 했는데, 정교하게 진짜처럼 보이는 나뭇잎들은 겉 부분 조금이고 속가지 들은 전부 조잡해 보이는 가지들이다. 그래서 과감히 당근마켓으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전체가 실제 가지처럼 구성되어 있는 PE 100% 트리로 서치에 서치를 거듭하여 일찌감치 구매를 완료했다. 시즌 보다 일찍 구매해서 배송기간이 한 달이 넘다 보니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배송이 한 달 후라도 걱정이 없다. 구매한 시기가 9월이니 말이다.



자, 트리도 준비됐고. 이제는 트리에 달 오너먼트 차례이다. 물론 작년에 썼던 오너먼트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급한 대로 다이소에서 샀던 오너먼트는 반짝이가 이미 많이 떨어졌고, 고리가 떨어진 것도 부지기수다. 구매의 합리성을 인지했으니 이제 뭐다? 입맛에 맞게 구매할 일만 남았다. 우선 인별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넣어가며 오너먼트를 검색해 본다. 그런데 죄다 작년 게시물이라서 최신 트렌드가 잘 안 보인다. 그래도 포기란 없지. 이제부터 손품을 무지하게 팔아가며 눈이 시뻘게지도록 검색하고 검색해서 오너먼트 맛집을 기어코 찾는다. 그런데 여기도 배송이 오래 걸린단다. 여전히 문제없다.


그러면 이제는 무슨 준비를 할까? 이제는 그릇이다. 적절한 예산 안에서 메인 디쉬를 담을 만한 크리스마스 느낌의 그릇을 검색해 본다. 이건 이래서 탈락, 저건 저래서 탈락. 신중하고 신중하게 검색해서 구매 완료를 한다.


그릇을 구매했으니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홈파티를 할 때 먹을 음식들을 생각해 본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니 스테이크는 본인이 알아서 주문을 하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남편은 고기에 진심이라 기꺼이 즐기며 알아보는 눈치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선물이 남았다. 갖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보니 크리스마스가 아직 많이 남아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들 취향에 맞춰 대략 선물을 예상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에 준비하면 된다.

어드벤트 캘린더에 있는 초콜릿

아차차!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깜 밖 할 뻔했다. 단골 베이커리 가게에 미리 예약해 두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 생일이건 간에 상관없이 케이크의 촛불을 부는 것을 아직은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케이크는 필수이다. 그리고 이 핑계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고 싶은 마음도 충족되니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다 된 건가? 하며 크리스마스 준비를 마무리했다. 11월이 되기도 전에. 찬 바람이 불기도 전에. 우리 집의 트리는 11월 마지막 주면 설치되어 뽕을 뽑을 준비를 한다. 벌써 트리냐고 놀라는 가족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조금은 더웠던 초겨울의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트리를 설치했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올 해도 잘 보냈다. 올 해도 스스로에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설레고 감사하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올 해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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