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가게를 하셨던 터라 가게 살림과 가정 살림까지 두 집 살림이나 다름없는 살림을 하시며 늘 분주하고 정신없이 보내셨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 남동생 교복과 내 교복을 스스로 다려 입었고,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 집 청소도 도맡아 하곤 했다.
그래도 살림을 배운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것도 서툴고, 어딘가 엉성했다. 그러다 덜컥 결혼을 했는데, 남편과 내가 생각하는 청결의 개념이 다른 것이다. 나는 집에 먼지가 없어야 깨끗하다고 여기는 사람인데 반해 남편은 물건들이 가지런하게 정리가 되어야 깨끗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신혼 초기에는 난 청소기만 열심히 돌리고 물걸레질과 화장실 청소, 쓰레기 정리에 열을 올렸다. 퇴근하고 온 남편의 표정이 마뜩잖은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어느 물건이 어디 있냐, 왜 그게 거기 있냐 하는 사소한 말다툼에 감정이 상해갔다. 남편이 하루는 정리는 어려운 게 아니라며, 물건의 제자리를 정해 두고 쓰고 난 뒤 다시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했다. 매번 물건을 쓰고 나서 그 자리에 둬서 그곳이 제자리가 되는 나와는 달리 모든 것의 이름표를 붙이듯, 제자리가 있다니!! 나름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남편이 생각하는 제자리와 내가 생각하는 제자리가 달라 문제가 되었지만, 차츰 암묵적인 합의 하에 물건들의 자리가 정해져 갔다.
문제는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부터 갈 곳 잃은 물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이 점점 발 디딜 틈이 없어졌지만, 그새 남편의 교육 아래 물건 제자리 두기를 많이 연습한 덕인지 육아경력이 쌓일수록 조금씩 집이 정돈되어 갔다.
그러고 나니 이제 엉망이 되어 동굴 같았던 이불장, 옷장 등으로 눈길이 옮겨져 갔다.그래서 유튜브 살림고수 선생님들의 이불 개는 법, 옷 개는 법을 찾아서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며 집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폭풍검색으로 다이소산보다 튼튼하고 힘 좋은 칸막이를 구입해서 정리하니 수월했다
이제 살림의 초보 딱지를 겨우 뗄 수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중수라고는 말해보지만 아직도 열면 토해내는 서랍장이 몇몇 있어서 중수도 멀었나 싶다.
그 사이 티브이에서도 정리를 강조한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도 나오고 정리에 대한 팁들도 쏟아져 나오니 확실히 살림하기가 쉬워지고 있긴 하나 보다.
그래도 주부 모두 공감하는, 해도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 나는 게 살림이라서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티가 나 버리니 멈출 수는 없다. 단지 조금씩 꾀를 부리며 티가 안 나게 하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나저나 정리는 정리고 오늘은 또 뭘 먹나. 끝나지 않는 끼니고민을 하며 냉장고를 째려보는 나는 과연 살림중수가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