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당근마켓은 이제 누구나 아는 마켓이 되었다. 예전에는 중고나라 카페에서 중고 물품거래를 했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당근마켓으로 거래를 많이 하는 듯하다. 나만 해도 10년 전에는 중고나라를 애용했는데, 이제 중고나라 카페는 들어간 지가 오래니 말이다. 처음에 당근마켓이라고 해서 제주에서 하는 중고마켓인 줄 알았는데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처음에 당근마켓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제법 유저들이 많이 생겨 "당근이세요?"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때가 떠 오른다. 그리고 별의별 사람을 만나서 거래했던 것도. 제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창문만 내리고 물건을 받고 돈을 던지듯 주시던 분들이었다. 그 밖에도 나눔인데도 본인 시간과 장소에 맞추어 달라는 말씀부터, 그 자리에서 네고를 요구하셨던 분들까지. 당근이 개인 간 중고 거래이니 장사가 맞는 탓에 구매자 앞에 판매자가 약간은 저자세가 되기 마련이다. 최대한 구매자 분들에게 맞춰 드리려고 했지만 너무 안하무인이면 거래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래도 최근에는 서로 거래 매너를 잘 지켜주시는 분들을 잘 만나 잘 거래했다.
최근에 당근으로 보낸 것은 베개와 주방용품 몇 가지이다. 쓰던 베개를 판매한다고 하면 조금 께름칙하게 여길 수도 있으나, 구입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배송 온 첫날 하루 사용하고 난 뒤, 높낮이와 베개의 단단함이 맞지 않아 방치해 두었던 것을 판매한 것이다. 그리고 주방용품은 차고 넘치는 밀폐용기를 좀 정리해서 쓰지 않는 것을 추려서 판매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지난 여름에 신지 않았던 슬리퍼와 샌들도 판매했다. 거의 새제품 컨디션이라서 잘 팔렸다. 옷이든 신발이든 지난 시즌에 착용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착용하지 않을거니 처분하라는 전문가의 말을 잘 듣고 실행에 옮겼다.
그 밖에도 이사 오기 전, 후로 책장, 수납함, 식탁, 밥솥, 에어프라이기 등을 판매했으니 이만하면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다. 밥솥은 내솥을 수시로 갈아야 하는 불편함에 스텐솥으로 바꾸고자 판매했고, 에어프라이기는 좀 더 용량이 큰 걸 계속 원했기에 판매했다. 그리고 식탁은 사이즈가 안 맞아서, 수납함과 책장도 이사 오는 곳과 맞지 않아 판매했다.
그전에는 육아맘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이들의 연령과 맞지 않는 육아용품과 책들을 판매했다. 신발은 세탁해서 사이즈를 상세히 기재해서 판매했고, 잘하지 않는 보드게임, 예전에 썼던 레고 듀플로와 같은 것도 진작에 판매했다. 주방 용품으로는 엄마가 혼수로 해 주셨으나 잘 쓰지 않는 그릇, 집기 등을 판매했고, 큰 가전을 사면 사은품으로 주시는 소가전이나 냄비 등도 판매했다. 예전에는 지인들께 나눔을 하기도 했는데 나에게도 필요하지 않으면 그분들께도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원하는 사람이 있고,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인 당근에 판매하니 훨씬 나았다.
당근을 하려면 귀찮은 것은 예쁘게 사진을 찍고, 상품 설명도 친절하고 자세히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잘 찍은 사진 속 제품들을 집 안 어딘가에 다시 잘 보관해 두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귀찮긴 하지만 쓸 수 있는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것보다는 낫고, 팔고 난 돈으로 쏠쏠한 용돈벌이가 되기에 손이 가는 과정을 참으며 해 왔다. 나름 열심히 당근을 하는 나를 보며 지인들은 당근을 그렇게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데, 그 비결은 단 한 가지다. 바로 저렴하게 내놓는 것. 당근에서 내가 판매할 물품을 검색해 보고 무조건 그것보다 저렴하게 내놓는다. 그리고 1~2천 원 에누리도 기본으로 해 드린다. 그러면 단기간에 시원하게 팔린다. 또 한 가지 팁은 하자나 흠을 사진으로 찍어가며 꼼꼼히 기재해 둔다. 그래서 사전 공지했음을 알려드린다.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당근이 잘 되는 이유는 제주라는 특성도 한 몫한다.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 카페나 펜션, 숙소 등이 많은 탓에 가구나 생활용품의 거래가 활발하다.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로 와서 잠깐 필요한 물품을 당근에서 구하는 경우도 많고, 다시 육지로 나갈 땐 그 물품을 팔고 가기도 한다. 그리고 소모품인 여러 생활 용품은 소규모 숙소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서 다른 곳보다 팔기가 수월한 편이다.
당근으로 번 쌈짓돈을 따로 모아놓아야지 했는데, 통장으로 계좌이체 해 주시거나 1,2만 원씩 받는 돈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지금껏 판매한 것이 280품목이나 되어서 당근으로 판 것만 모아도 부자 되겠다 싶었는데 신기루처럼 없어져버렸다. 대신 집의 공간이 넓어지고 안 쓰는 것을 돈을 받고 처분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