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여행을 왔을 때 늘 빠지지 않고 먹었던 메뉴는 단연코 흑돼지 구이이다. 처음에는 돼지고기 맛이 거기서 거기지 했다. 그런데 두툼한 살코기와 적당한 지방, 내가 흑돼지이노라 하고 훈장처럼 달고 있는 껍질에 콕콕 박혀 있는 까만 털의 흔적을 한 돼지고기를 한 점 맛보면 누구나 진실의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처음 맛보고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맛의 경험을 한 터라 제주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먹는 흑돼지는 제주여행의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제주로 이사를 와, 도민이 되어 보니 도민끼리 흔히 말하는 관광식당으로는 발길이 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질 좋고 맛 좋은 흑돼지라도 매번 사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맛 좋은 흑돼지를 포기하기 어려워 식당에서 먹지 않고 하나로마트에서 흑돼지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었다. 그러다 우연히 흑돼지가 없어서 제주산이라고 표시된 돼지고기를 사서 먹었는데,
어라? 흑돼지처럼 쫄깃하지만 부드러운 육질에 잡내도 없이 입에 감기는 맛이 흑돼지 못지않게 맛이 있었다.
그 뒤부터는 흑돼지를 고집하지 않고 제주산 백돼지를 만족하며 맛있게 먹고 있다. 가격도 흑돼지보다 저렴하고 같은 제주산이니 믿고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의 품질이어서 육지에서 먹던 돼지고기의 맛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제주에 와서 눈 뜬 제주산 돼지의 생갈비! 돼지갈비는 양념맛으로 먹던 우리 가족이었는데, 이제는 양념돼지갈비보다 돼지 생갈비가 훨씬 맛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흑돼지를 먹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제주백돼지를 즐겨 먹음으로 진정한 도민이 되어가는 것인가. 생각하며오늘도 돼지고기를 먹었다. 꿀꿀
(위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당연히 제주도민 모두가 백돼지만 먹는 것은 아님을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