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Jul 04. 2023

딸을 위한 엄마표 김치말이국수

힐링푸드


엄마 나 국수


끝도 끝도 없는 딸의 전화에 엄마는 언제나 예스다.

엄마집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두면 도착 시간에 맞춰 식탁에 김치말이국수가 놓인다. 

불쑥 국수를 삶아달라는 요청에 늘 재빠르고 맛깔난 솜씨로 국수를 내어주신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표 김치말이국수다.  






투박하지만 말끔, 상큼, 개운한 엄마표 김치말이국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준비 : 메밀면(엄마 창고에 항시 대기중), 식초 1스푼, 설탕 1스푼, 참기름 1스푼, 엄마표 김치국물 적당히, 엄마표 만능 간장 2스푼

면을 삶아주세요. 
김치 국물 2국자에 양념을 합니다 (식초, 설탕, 참기름, 만능 간장).
잘 삶은 면을 찬물에 재빨리 헹궈서 미리 준비한 김치국물양념에 넣어 조물조물해 주세요. 
여기서 계절마다 잘 읽은 김치(여름에는 열무김치, 겨울에는 김장김치 그때그때 달라요)를 올려줍니다. 
달걀은 한 개 통째로 넣어주세요. 
끝!







면사랑이 남다른 딸을 둔 엄마는 수십 년 전 신박한 생체 실험을 하신 적이 있다. 

일명 어디까지 먹나 보자!


워낙 면을 좋아하니 얼마나 면만 먹고살 수 있나 궁금하셨단다.

그래서 방학을 맞이한 딸에게 아침 점심 저녁을 오직 면만 먹이셨다.  

실험자의 의도는 모른 체 그저 신난 딸내미는 아침부터 매끼 달리 제공되는 냉면, 쫄면, 라면, 잔치국수, 칼국수, 김치말이국수, 콩국수, 비빔면, 막국수, 라볶이, 메밀소바, 우동, 스파게티, 골뱅이 소면 등등을 끝없이 받아먹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나도 피실험체가 지치지 않자 실험자가 먼저 포기했단다. 

(실험이 진행되던 당시에는 내가 피실험체가 된 줄 몰랐다.)


 




이렇듯 모든 면을 사랑하지만 지치고 힘들 때는 그저 엄마표 김치말이국수만 떠오른다

이제 마흔이 넘어 지 자식이 둘이나 생긴 늙수그레한 딸이지만 세상살이에 지치는 날이면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칭얼거린다. 


엄마 나 국수


엄마가 딸에게 국수를 내어주는 데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어찌나 손이 빠르신지. 

늘 국수의 양은 2분인가 싶게 많아서 '이걸 어떻게 다 먹어' 라고 투덜대놓고 얼마 후 뚝딱 국수를 비우고 국물까지 드링킹 한다. 

절대 빼놓지 않고 챙겨주시는 달걀에는 항상 온기가 남아있어 그 따스함에 엄마의 사랑이 담겨 속을 따듯하게 데워준다. 

이렇게 배가 찢어지게 엄마표 김치말이국수로 속을 채우면 다시 삶을 이어갈 에너지도 완충된다.

그래서 무시로 엄마표 김치말이국수를 먹어줘야 한다. 

어제 먹고 왔으니 다음은 . . . 주말쯤이 되야 적당하겠다.  (❛ڡ❛)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사브작매거진]


구독을 통해 개성 있는 11명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받아보세요.

매주 새로운 글감의 11개 이야기가 배달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민은 백돼지를 먹습니다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