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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l 04. 2023

아묻따 아귀찜

10번의 생일

일 년에 10번

시댁 가족들 생일 횟수다.

결혼 전 생일은 늘 친구와 함께였다.

서로 무슨 선물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서 정성스레 준비하고

가족끼리는 밥 한 끼 거하게 먹으면 됐던 생일.


연인이 생기고 생일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지만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결혼을 하니 웬걸 이건 뭐 연례행사다.

특히나 기념일이나 명절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가풍이다 보니 적응하는데 꽤 걸렸다.

생일 전이면 미리 뭐가 필요하나 물어보기도 하고

혹은 서프라이즈로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엔 어른들끼리 먹으러 다니다가

하나 둘 태어나니 이건 뭐 북적북적 전쟁이 따로 없었다.


1월부터 시작되는 애들 고모부 생일을 지나면 설이 다가오고  설날이 지나가기 무섭게  둘째 아들 생일이다.

예민한 아들은 이날만은 세상 밝은 웃음을 짓는다.

3월엔 둘째 시조카, 5월엔 남편과 큰아들(어버이날과 어린이날까지 컬래버레이션)

6월엔 큰 시조카, 제사까지 지나면 여름엔 아버님 생신.

가을이 시작됨과 동시에 시누 생일에 완연한 가을이 오면 어머니 생신

쌀쌀해진 11월 내 생일을 끝으로 크리스마스까지 휴지기에 들어간다.


생일에 가장 중요한 건 메뉴다.

그날의 주인공이 먹고 싶은 음식, 잘 먹는 음식이 첫 번째 선택 요건이다.

하지만 10명이 모이는 만큼 사실 음식은 이제는 거의 정해져 있다.

그즈음 유행하는 뷔페를 가기도 하고 새로 생긴 식당을 가보기도 했지만

우리 식구들의 원픽은 늘 아귀찜과 회세트, 매운탕으로 이루어지는 코스다.

많은 식구가 모여서 먹기에 적당한 음식.

양도 많고 술 한잔 시원하게 곁들일 수 있는 음식.

회도 고흥 녹동이나 통영에서 주문하는데 양도 많고 다른 부산물들이 많이 따라온다.

버스를 타고 회박스가 도착하면 고이고이 픽업해 오는 시스템이 벌써  꽤 되었다.


사실 아귀찜과 회는 시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메뉴이다.

식구들도 호불호 없이 다 잘 먹는다.

함께 모이는 게 이제는 더없이 익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행복.

아귀찜에 이은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면 조카들의 댄스 공연까지 이어지는 풀코스다.

마지막 코스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선물증정식.

여기까지 하고 나면 생일파티는 끝이다.

과연 다음 생일 주인공도 아귀찜과 회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다른 메뉴를 선택할 것인가.

그 달 우리 식구들의 입맛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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