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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14. 2023

전교 어린이회 임원 선거 도전기

이사와 함께 아이들도 전학을 와서 새 학교에 적응한 지 1학기가 다 되어가고 있다. 지난번 학교에서 전교어린이회 부회장 선거에 나갔지만 낙마하여 많이 속상했던지라  이사 오고 난 뒤 전학 간 새 학교에서 과연 전교어린이회 부회장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을 졸여왔다.  도전한다고 해도 당선될 수 있을까 하면서도 도전의 꿈을 키워왔다.



학기만 새 학교에 다녔을 뿐인데, 2학기 전교 어린이회 임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등록을 하고 집으로 왔다. 한 학기 만에 인지도가 쌓였을지, 또 고배를 마시지는 않을지 염려가 되어 도전을 만류하고 싶었는데, 떡하니 자신의 바람대로 후보 등록을 하고 왔을 줄이야.


작은 시골 학교라서 5년 동안 이미 잘 알고 지낸 아이들이 태반이다. 아이는 이방인과 다름없이 이제 겨우 5개월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되고 실패할 경우 실망할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지난번 학교에서는 포스터도 각자 제작을 해야 해서 사진도 큰 사진으로 인화를 하고 pop글씨체로 인쇄를 해서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이번 학교에서는 자체 포스터 용지도 주시고, 사진촬영도 학교에서 알아서 해 주신다고 하니 감사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동영상도 제작을 해야 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소견발표만 하면 된다고 해서 또 좋았다.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공약을 작성하고, 소견발표문도 준비했다. 예전에는 둘 다 감이 없어서 '밝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와 같은 추상적인 공약을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할 수 있는 한에서 소박하지만 실현 가능할 만한 공약을 여러 개 정했다.

그렇게 정한 공약은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버스킹 공연을 지속적으로 실시, 교내 벼룩시장 개최, 학년별 스포츠 반 대항전 실시로 정했다.


첫 번째 공약은 아이 학교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신청을 받아 매주 목요일에 하고 있는데 아이들 참여도가 좋고 구경하는 아이들도 즐겁다고 했다. 그래서 버스킹 공연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이 공약이 1학기 전교 어린이회 공약이라서 2학기 때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공약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공약은 아나바다 운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 예전에 반에서 소소하게 나눔 장터를 경험했던 것을 떠올렸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 전교 벼룩시장도 가능하겠다 싶어 정했다.


세 번째 공약은 아이가 운동경기 관련한 것은 꼭 넣어야 남자아이들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무엇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니 리그식 스포츠 경기를 말했다. 전교생이 하기엔 학년 간 수준 차이도 날 것 같고, 학년 별로 반 대항 스포츠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종종 봐 왔던 터라 학년끼리 하는 스포츠 경기는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게 좋겠다며 세 번째 공약으로 정했다.

공식적인 포스터는 벽에 부착했고, 선거운동용 포스터를 제작해서 들고 다닌 거라 했다.

공약을 정하고 공약에 살을 붙여 소견발표문을 쓰게 하고 선거 준비를 했다. 사실 집에서는 조언과 약간의 도움만 주었을 뿐 자신이 말하고 생각했던 대로 준비하도록 했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 틈틈이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다.


아이의 자신감과 민주시민으로서 선거를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보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굳이 이렇게 후보에 나서서 해야겠냐는 마음도 있었다. 그 이면에는 또 떨어지면 속상해할 아이 마음을 생각함이 컸다. 그리고 이제 5학년이니 공부에 더 시간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다니 지지하고 격려하며 선거 날을 기다렸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등교하는 아이를 보니 왠지 나까지 떨리는 마음이었다.


당선 되었다는 선거결과를 담임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먼저 알려주셨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잘 모를 수 도 있는 우리 아이를 뽑아 준 많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알고 보니 남자 후보 한 명에, 여자 후보 3명이라 여학생 표가 많이 갈렸고, 남학생들의 몰표와 같은 지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것도 자기 운이구나 싶었고, 이제 한 번 했으면 도전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 안도도 했다.


"엄마! 저 내년 1학기에는 6학년 부회장, 2학기에는 회장 나가고 싶어요."

"그래? 그럼 1학기에 회장을 바로 도전하는 건 어떨까?"

"그럼 회장 했던 사람은 2학기에 부회장 못한다 말이에요. 그래서 1학기에는 부회장, 2학기에는 회장 이런 순서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래?"


야무진 포부를 품고 있는 아이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나도 국민학교 시절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 회장을 다 역임했던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정엄마의 말이 더불어 생각났다.

"핏줄인데 어떡하겠니. 그 피가 어디로 가냐."

그때 엄마 마음이 고단 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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