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집에는 닭들이 산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집하고도 한 참 떨어진, 차가 오가는 제법 큰길을 지나서 있는 앞집에 닭들이 산다. 그것도 3마리나.
동물 복지를 생각하시는 주인 덕분인지 닭들은 자유롭게 여기저기 쏘 다닌다. 닭 3마리는 차가 오 가는 큰길을 자유롭게 건너서 몇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우리 앞마당까지 친히 행사하시는 적도 여러 번이다. 시도 때도 없이 목청껏 소리 높여 우는 울음에 닭들이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지 가늠할 정도이다. 닭들의 인기척(닭기척)은 평일이고 그것도 낮이면 크게 상관이 없다. 아무리 크게 울어도 조금 있으면 가겠지 싶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주말 아침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토요일 아침 달콤한 늦잠에 빠져 있을 때, 왜 이렇게 닭 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지? 하고 밖을 내다보면 현관 바로 앞에서 닭 3마리가 사이좋게 거닐며 놀고 있다. 우리 텃밭에서 뭘 먹는지 콕 콕 쪼아 먹기도 하고 존재감을 뽐내듯 큰 소리로 3마리가 우니 달콤한 낮잠은 바로 깨 버리고 언제쯤 갈 건지를 염원하며 선잠을 청한다.
더 문제는 이미 닭이 와 있는지 알고 있는데 우리 둘째는 크게 소리 지르며 엄마에게 와서 닭들이 친히 행차하심을 알려 준다. 결국 토요일의 달콤함이 사라지는 아침이 되어 버린다.
오늘도 주차를 하는데 닭들이 주차하는 곳 풀밭을 거닐고 있어서 긴장했다. 우리 텃밭까지 내려올까 봐, 그리고 집 현관 앞에서 자신들의 앞마당인지 여유롭게 거닐까 봐 말이다. 다행히 우리 집 마당까지는 내려오지 않아 한숨 돌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닭들이 안 보이면 가끔씩 생각한다. 이웃집 주인 분께서 닭을 잡아 드셨나 하고 말이다. 지난주 초복을 지나 이번 주에 닭들의 안부를 직접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닭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한가로이 풀밭을 거닐며 벌레들을 잡아먹고 아침이나 새벽이 아님에도 크게 닭울음을 우는 3마리가 사이좋게 계속 우리 집 앞마당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
토요일 아침의 달콤한 늦잠을 깨워는 것도 기꺼이 이해하고, 둘째 아이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닭 중계도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반려동물, 반려식물에 크게 관심 가지진 않아도 주위 생물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고 있는 요즘이다.
출근길에 만나는 달팽이도 귀엽고, 나의 귀한 루꼴라를 다 갉아먹었지만 저 애벌레가 틀림없이 배추흰나비 애벌레일 거라고 추측해서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 둘째도 귀엽다.
조금은 징그러워도 비옥한 우리 텃밭에 잡초를 뽑을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지렁이도 소중하다. 상추잎과 딸려오는 콩벌레도 나름 귀엽다.(너무 많으면 조금 힘들지만)
저녁상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우리 밭 상추와 고추, 깻잎을 기뻐하며 열심히 먹는 아이들을 보며 또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날마다 앞 집을 쳐다보며 주차장 풀밭을 쳐다보며 닭들이 어디 있나 확인해 본다.
고추나무 한 그루에서 오늘 수확한 고추들. 어림잡아도 30개는 넘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