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에서 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방울토마토다. 사이좋게 대열을 이루어 쪼르륵 줄지어 말 그대로 방울방울 열려 있는 방울토마토를 보고 있으면 구슬이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것 같아 어찌나 예쁜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예쁘다 해주며 인사하고 마음속으로 빨리 익어라 빨갛게 되거라 응원을 한다.
그리고 익은 것이 두 개 이상 되면 냉큼 따서 씻어 두고 아이들이 하교하면 주려고 잘 둔다.
방울방울 달린 방울토마토
그런데 이제 익은 것을 따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방울토마토가 익어 가는 것을 우리 가족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분명 익어가는 것을 보았고, 내일 따 먹어야지 했는데, 아침이 되면 누군가가 먹고 떨어뜨려놓았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으로 콕 찌른 자국을 남긴 채. 범인은 지나다니며 텃밭을 놀이터와 식당으로 삼는 새들이다.
그러기를 여러 번 해서 이제는 방울토마토가 익어가는 것이 설레기보다 호시탐탐 지켜야 하나 싶다.
우리도 거저 얻은 거라서 거저 나누는 게 당연한데 어느샌가 욕심쟁이가 된 나를 보니 우습기도 했다. 주린 까치들을 위해 가을에 감을 다 수확하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도 있는데, 방울토마토 몇 알 더 먹어보겠다고 새와 아웅다웅 다툴 생각을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고 우습긴 하다. 그래도 방울토마토를 길러 보고 열매를 따 먹는 게 처음이라서 그렇다고 변명을 한 줄 남겨본다.
방울토마토뿐만 아니라 상추도 루꼴라도 벌써 텃밭 터줏대감들과 손님들과 나눠 먹은 지라 이제는 방울토마토도 넘겨줘야 하나 싶다. 그래도 그전에 몇 알, 아니 그보다 더 풍성하게 수확해서 따 먹은 것이 있어 다행이라 위안 삼아 본다.
상추를 따면서 방울토마토도 10개 정도 수확해서 먹긴 했다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나의 인생과 선물처럼 주어지는 일상과 가족들을 보며 원래 가졌던 첫 마음과 감사를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방울토마토 같이 먹으면 안 되겠니? 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