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했던 한 조각.

by 나무느을보

캠핑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병원 캠핑이라는 말에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눈물을 참으려 아이를 꽉 껴안았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서…

그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작은 반찬통을 우리에게 건네주셨다.


“간식으로 먹으려는데 어머님 연락받아서요. 아이가 오늘 못 먹으면 아쉬울까 봐 포장했어요.”


감기 때문에 결석한 친구들이 많아 미뤄졌던 생일파티였다.

미뤄졌던 만큼 딸아이의 기대도 컸다.

그런데 지금, 친구들과 함께 먹지 못한 생일케이크 한 조각이 내 손에 들려있다.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선생님과 원장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둘러 입원 준비물을 다 챙긴 뒤 우리가 없어 조용할 집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미리 몇 가지 설명해 줬다.

병원에서 하는 캠핑이라 먼저 네가 튼튼한지 검사도 할 거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캠핑 대장이라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그런 것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알겠다고 대답했고, 씩씩했던 그 대답처럼 처방받은 검사까지 잘 해냈다.


검사를 다 마치자 병원 한 켠에 비치되어 있는 동화책들이 눈에 보였다.

아이를 내 왼쪽에 앉히고 천천히 책을 읽어주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축축하고 붉은 내 눈가 대신 밝고 귀여운 그림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렇게 그림책 뒤에 숨어있었다.

아이 이름이 호명되어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교수님이 모니터를 우리 쪽으로 돌려 검사결과를 하나씩 설명해 주셨다.

반전은 없었다.

당화혈색소는 여전히 정상수치를 벗어나 있었고, 혈당은 470이었다.

소변을 통해서도 당이 많이 검출되고 있었다. 검사결과와 나이를 고려했을 때 1형 당뇨가 맞을 거라는 교수님의 말씀.



1형 당뇨.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를 공격하고 파괴하여 인슐린이 거의 생성되지 않거나, 전혀 생성되지 않는 자가면역 질환.

그래서 인슐린을 외부에서 투여해야만 혈당 조절이 가능하고, 현재까지 인슐린 투여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주사다.


그렇다.

고작 4살인 내 딸이 이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평생, 주사를 맞으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교수님은 그래도 증상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케톤산증으로 쓰러지기 전에 발견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자가항체 검사와 여타 검사들도 하고, 아이 상태 지켜보며 적절한 인슐린 용량을 찾기 위해 바로 입원하자고 하셨다.


내 머릿속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아니길 바랐다.

진료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에도 아니길 바랐다.


내 아이만은… 아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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