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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30. 2024

023 오독의 즐거움(남궁민 저)


오독이란 주체적인 독서의 방법


유튜브 알고리즘의 소개로 북언더스탠딩이라는 콘텐츠를 접했다. 저자인 남궁민 작가가 한 책을 소개하고, 책의 내용에 대해 진행자들과 다양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너무 재밌게 보았기에 이전에 올라왔던 영상까지 시간 될 때마다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남궁민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그가 쓴 책인 <오독의 즐거움>을 찾아 읽어 보게 되었다.


'오독은 책 읽기의 주도권을 돌려받는 선언이다.'


서문에 쓰인 문장이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로서는 책 읽기란 결국 일방적인 정보의 습득과정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이 모두 다르듯 책을 읽고 느끼고 든 생각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무조건적인 수용보다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바로 그러한 방식의 독서를 권한다.


책의 내용


저자는 경제,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책 46권을 소개한다. 각 책 별로 2~3 페이지 내외로 짧은 감상문의 형식이지만, 책의 내용보다 자신만의 해석을 주로 담고 있다. 다양한 책의 소개와 더불어 그중 나도 읽은 책들의 감상평을 저자의 것과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다.


같은 책을 읽고 정반대의 생각을 한 책 :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저)


저자가 소개한 책들 중 내가 읽어 본 책은 열 권 남짓이다. 그의 감상과 나의 감상에 다른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은 후의 소회는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같은 책을 읽고 정 반대의 결론을 도출한 책이 하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바로 한스 로슬링이 집필한 <팩트풀니스>이다.  

   

<팩트풀니스>에 대한 나의 감상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결국 비난과 혐오를 만연하게 만들지 모른다,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자였다면, 저자는 더 비판적인 자세로 이 책을 접했다. 그는 팩트풀리스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의 낙관적인 시각을 비판한다. 사회를 발전시킨 건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팩트를 체크해 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활자로 구성된 같은 책을 보고 이렇게 정 반대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함과 동시에 이렇게 책으로 나마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감사했다. 사람과의 만남이 많지 않은 나에게는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교환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부족한 토론문화


그렇기에 나는 책을 읽고 느낀 다양한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교류해 보고자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곳에 독서 감상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써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내 생각이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내 글을 공개한 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삶의 경험에 따라 같은 것에도 느끼고 생각하는 게 천차만별이기에 나의 생각은 틀렸다기보다 다르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겁을 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토론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랐고, 집단주의적 사고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과의 다름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남들 앞에 의견을 내세우길 겁내고, 타인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거기에 나이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뒤섞인 사회의 집단 속에서 의견은 일방향적인 전달이지, 상호 보완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은 다양한 의견교류의 과정에서 생기는데, 이러한 교류의 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우리나라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가 넘쳐남에도 여러 산업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에 머무른다.


대학교 시절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에 한 달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다. 당시 독일의 대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건 지적과 반대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하는 그들의 표정과 어투 등 비언어적 요소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친절했다. 그들에게 있어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반론은 자연스러운 상호 교류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독일인 세 명이 모이면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생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황과 기대승의 사칠 논쟁.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이 배워야 할 자세.


해외의 경험을 떠나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도 토론의 자세에 대해 아주 본받을 만한 선례가 있다. 바로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에 대한 논쟁이다. 이 논쟁은 조선 유학사의 3대 논쟁으로,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이다. 우리가 이 논쟁에서 주목할 점은 그 내용이 아니라 이황과 기대승의 서로에 대한 자세이다.  


이황과 기대승은 무려 26살 차이가 난다. 당시 이황은 이미 조선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대학자였고, 기대승은 아직 젊은 선비였다. 이들은 비록 논쟁의 내용이 치열했어도 서로에 대한 존경과 공경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아름다운 논쟁의 결과는 서로의 학식과 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어느 때 보다도 장유유서의 덕목이 중요한 사회였기에, 까마득한 후배의 의견을 경청한 이황의 아량과 하늘 같은 선배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대승의 대담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의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반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길 꺼리면서,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반감을 가진다. 우리나라에도 윽박과 고성이 사라진 품격 있고 건강한 토론 문화가 하루빨리 생기길 바란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 언젠가 역량이 되고 기회가 닿는다면 독서 토론 모임 주최해 보고 싶다.


토론회의 이름은 '카산드라'라고 붙이고 싶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아폴로의 사랑을 거절한 탓에 미래를 보는 예지력과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저주를 동시에 갖게 되었다. 그녀는 트로이의 함락을 예견하고 사람들에게 위험을 말하려 하지만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고 트로이는 함락당하게 된다.


비운의 인물이지만 인텔의 공동 설립자 앤디 그로브의 회고록의 한 챕터 제목인 '이로운 카산드라'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는 조직 내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사람을 찬양한다. 이러한 행동에는 타인의 반대와 괄시에도 아량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감상평에는 무조건 반론을 제기하기'를 토론 모임의 규칙 중 하나로  정하고 싶다. 평소 타인의 의견에 반론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를 조금은 개선할 수 있, 반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시각의 사고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아니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내 의견에 반론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아량이 당연스레 정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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