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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25. 2024

022 인스타 브레인(안데르스 한센 저)

손 안의 작은 세상 스마트폰. 필수재를 넘어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들은 모두 손안에 작은 세상을 가지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몇 번의 터치로 답을 알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면 스마트폰을 켜면 된다. 몇 인치 액정 속에 스펙터클한 영화부터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유희적인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음악을 들으려면 MP3, 게임을 하려면 게임기, 서핑을 하려면 컴퓨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면 신문이나 잡지 등 온갖 물건들이 다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에서 모든 일이 처리가 가능하다. 심지어 은행을 방문할 일도 없어졌다. 내가 가는 목적지까지의 길 뿐만 아니라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몇 분, 몇 초 뒤에 오는지도 알려준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십수 년 사이 벌어진 드라마틱한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이 주는 엄청난 편의성은 스마트폰 없는 몇 시간 아니 몇 분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스마트폰 액정의 불빛으로 잠을 깨고, 스마트폰을 끄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잠시 마트에 가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잊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서 챙겨 온다. 외출했을 때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되어 갑자기 전원이 꺼져버리면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낯선 곳에 버려진 기분이 들고 너무나 당황스럽다. 뿐만 아니라 현대인은 잠깐의 시간적 공백은 용납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무한한 콘텐츠를 분초 단위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자 발명된 스마트폰이지만, 오히려 그 엄청난 기능들이 우리의 삶을 예속했다. 가끔은 의무감에, 또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성화하는 나 자신을 보며 스마트폰과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인스타브레인>은 이렇게 필수재에서 마치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한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분석한다.

도파민과 비교의 늪에 빠진 현대인. 오히려 불행해졌다.


분초단위로 즐길 것이 쏟아지는 사회는 얼핏 생각하면 매우 즐거울 것 같다. 지루할 틈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많은 우울감과 불행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첫 번째로는 도파민에 절여진 뇌이다.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에 대한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비한다. 흔히 도파민을 쾌락적 화학 물질로 인식하고 있지만 원래 도파민은 우리가 어떤 임무에 집중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기능이었다.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한 탐색-발견의 과정에서 보상 체계로 도파민이 분비되며 우리는 지속적인 생산적 활동에 나설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도파민 보상 체계의 과정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릴스, 숏츠 등 짧은 콘텐츠들은 단기간에 빠르게 도파민 분비의 보상체계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도파민은 지속적인 동일 반복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새롭고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한번 스마트폰을 켜면 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 그렇게 도파민에 대한 강박적 탐닉은 그 후폭풍으로 또 다른 고통을 선사한다.  

두 번째로 집단 내 비교열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집단 내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다. 과거에는 이러한 집단 형성이 물리적 근접성에 한정되었다면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에는 지리적 제한이 사라져 버렸다. 그로 인해 우리는 전국, 더 나아가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박혀 있는 향상심은 지금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게 한다. 그 덕에 우리가 SNS를 통해 맺은 타인의 삶은 잘살고 잘 나가는 소위 인플루언서들의 것이다. 그래서 SNS상의 팔로우는 대부분 과거처럼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었던 유유상종의 관계가 아닌 나보다 우월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 한껏 꾸며진 그들의 삶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 타인과의 경쟁적 성공에 행복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인스타그램을 잠시 들여다봤을 뿐인데 한껏 불행해진 감정을 느낀다.

플린효과의 종식? 우리는 멍청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감정적인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플린효과는 세대가 지날수록 IQ검사 평균이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여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과 중독적인 사용에 따라 많은 이들이 기억력 감퇴, 집중력 하락 등 예전보다 멍청해진 것 같다고 토로한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치매라고도 불리는 기억력 저하 증상이다. 우리의 뇌는 지속적인 자극이 주어지면 입력된 정보를 기억으로 전환하는데 방해를 받는다. 쉴 새 없이 주입되는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는 우리의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거기에 스마트폰의 불빛이 주는 수면 부족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작용을 방해한다. 그리고 신체의 어느 장기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는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 구글효과라 불리는 이러한 뇌의 기제 또한 우리의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다.

쉴 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람은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던 온 신경이 스마트폰으로 쏠리게 만들어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적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인은 사색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의적인 사고는 일방향적인 정보의 주입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들어온 정보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칠 때 새로운 생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창발적 사고의 시작인 사색의 과정을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현대인은 편향적 사고에 갇히고 능동성을 잃고 있다. SNS를 통한 소비자본주의의 마케팅에 쉽게 현혹되어 무절제한 소비를 일삼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갇혀 정치적 편향에 빠진 사람들의 면면이 그 예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정신 능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에 넘겨주면 그 능력은 더더욱 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일임한 분야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뇌의 가소성은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이고 영구적이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사색의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인격을 높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주체적인 사고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넘겨준 시간을 되찾아 사색의 활동에 할애해야 한다.

아인슈타인, 칸트 등 유명한 학자들은 산책을 매우 즐겼다고 한다. 산책을 하며 갖는 사유와 사색의 시간은 그들의 수많은 업적의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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