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쫄이 성장기 (3)
쫄쫄이 네댓살 무렵이었을 게다. 그 때는 연구소 동료들끼리 자주 어울렸다. 애기 돌 잔치나 집들이도 자주 있었고, 어떨 때는 일없이 모여 종종 늦은 밤까지 카드나 화투를 치며 같이 놀았었다.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동생 네 집에서 모임이 있었다. 왁자지껄 먹고 마시고 놀았는데, 곁에서 또래 친구 쫄쫄이와 조카 단비도 같이 놀았다. 밤이 늦어 하나 둘 집으로 돌아 가고, 어쩌다 한 사람 만이 남아 있었다.
단비가 그 한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 저거는 왜 안가 ?”
흐흐흐...
(그러게 피곤해 죽겠는데, 저거는 왜 안갈꼬~)
“응 이거도 이제 갈거야 !” 그 이도 서둘러 떠났다.
그 이가 누구였던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즐겁고, 따뜻한 시절이었다.
조카 단비가 어느새 애 엄마가 되었다. 저거는 안가냐고 대놓고 물어 보던 그 나이 때의 애기를 키우고 있다.
쫄쫄이 너댓살 무렵, 직장 선배 L박사님 댁의 집들이가 있던 날, 퇴근하여 쫄쫄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그 댁 부부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 부인께서 우리 쫄쫄이와 나를 이리 저리 보시더니, 쫄쫄이 보며 말씀하셨다.
“아이구, 너 차암 잘 생겼네. 아빠 닮았구나!”
웃다가 생각하니, 이게 뭔 말? 부인께서도 아차 싶으셨는지…
하하하!
그래도 우리 쫄쫄이 자그마한 얼굴은 엄마 닮은 게 확실하다.
역시, 쫄쫄이 너댓살 무렵, 직장 동료 누군가의 집에서 하이로우 치며 놀던 어느 저녁의 에피소드.
직장 동료 중에 J 선배님이 계셨다. 유쾌하고, 술도 좋아라 하셨던 J 선배님은 노조 활동도 열심히 하셨었다. 내 곁에서 놀던 쫄쫄이가 J 선배님께 가더니…
“할아버지는 왜 여기 있어요? 어짜고.. 저짜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박장대소,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그 무렵, 내가 30대 중반쯤 이었으니, 그 분은 아마도 40대 초, 어쩌면 30대 말쯤 이었을 게다. 일찌감치 대머리가 되셔서 솔직히 나이를 가늠키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쫄쫄아~ 할아버지라니..
(어린 네 눈에는 아빠 같은 아저씨들 사이에 왠 할아버지가 섞여 있는게 이상하게 보였던 걸까?)
이후에 J선배님, 나를 볼 때 마다, 우리 손자 잘 크고 있냐고 챙기셨다는! 아마도 지금쯤, J선배님 진짜 할아버지가 되셨을텐데, 다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아, 그리운 시절이다.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