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Y Dec 05. 2023

쫄쫄이 아빠는 엔지니어

- 쫄쫄이 성장기 (2)

    쫄쫄이 갓난 쟁이 적 일이다. 아마도 육 개월 언저리였나.... 기억이 아삼삼하다. 깎아 놓은 밤톨처럼 똘방똘방 귀여웠던 쫄쫄이가 어쩐 일인지 머리숱이 너무 없었다. 머리 숱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 당시 쫄쫄이를 돌봐 주시던 이웃집 할머니가 오죽하면 ‘쌀대가리’ 라고 부르셨을까... ㅎㅎ


    은근히 신경이 쓰이던 와중에, 애기 때 머리를 빡빡 밀어주면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를 깎이긴 해야겠는데, 미장원에 데려 가기에는 너무 어려 신경이 쓰이고... 해서 아빠가 직접 쫄쫄이 머리 면도를 하기로 했다.


    욕실에 물을 따뜻하게 받아 놓고, 초보 아빠는 조심 또 조심... 한없이 천천히 진도가 나갔다. 삼십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고.... 바깥에서 기다리는 초보 엄마도 애가 타는데, 마침내 쫄쫄이가 울고 보채기 시작했다. 들여다보니, 아이 머리통의 한쪽 반만 깎은 상태. 울고 보채는 아이를 어떡하냐고... 엄마아빠가 애가 탔다. 나머지는 다음번에 마저 깎기로 하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정확히 머리 반쪽만 정갈하게 면도를 한 쫄쫄이를 보니, 어찌나 우습든지! 감기 라도 걸릴까 걱정스러우면서도, 기가 막혔다. 초보 아빠는 어찌나 집중했던지 맥이 다 빠진 모양새였다. 


    정확하게 딱! 자로 잰듯이 머리 반통만 면도를 한 쫄쫄이를 그대로 데리고 나다닐 수가 없어, 한동안 손수건으로 이쁘게 두건을 씌워서 업고 다녔다. 반쪽을 마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빠가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지, 이번에는 미장원으로 데려 가라고 했다.

빡빡이가 된 애기 쫄쫄이

    쫄쫄이를 데려가 두건을 벗기니, 미장원 사람들이 박장대소 난리가 났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정확하고 깨끗하게 딱 반 통만 깎았냐고…

        "그니까요! 

        애기 아빠가 반도체 칩 설계 전문의 공학도랍니다"

     

        하하하~

    초집중해서 머리를 밀어준 아빠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쫄쫄이 머리 숱이 엄청 빽빽하다. 두건 쓴 우리 쫄쫄이 사진, 어딘가 있을 텐데 찾아 봐야 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정 아버지의 가끼 우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