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쫄이 성장기 (6) (2001년 초여름의 어느날)
쫄쫄이가 수요일 오후에 직장으로 전화를 했다. 내일 학교에서 알뜰시장을 하는데 자기는 게임 CD랑 샌드위치를 팔기로 했단다. 그러니 내일 아침에 엄마가 평소에 잘 만들어 주는 그 샌드위치를 여덟 개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다. 덧붙이기를 엄마 샌드위치는 맛이 최고니까 아주 잘 팔릴 거라나!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오후에 개발 중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버렸다. 해결하느라 용을 쓰다가 새벽 한시도 넘어서 퇴근을 하였는데, 쫄쫄이 부탁은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음날 새벽 여섯 시, 평소대로 일찍 눈이 떠져 침대에서 뭉기적 대고 있는데, '샌드위치' 라는 단어가 번개처럼 내 머리를 때렸다. 벌떡 일어나 냉장고를 살펴 보니 재료가 아무 것도 없다. 빵도, 햄도, 치즈도 없다. 딸 집에 다니러 오신 친정 엄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새벽 운동을 나가셨고, 남편은 유럽 출장 중이다. 얼마나 난감하든지 얼이 빠졌다.
득달같이 편의점으로 달려가 가격 따지지 않고 이것 저것 재료를 사 들고 왔다. 그렇게 새벽부터 친정 엄마와 쫄쫄이까지 삼대가 나서서 삶고 으깨고, 부치느라 제법 분주했다. 친정엄마는 애 엄마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길래, 애가 특별히 부탁한 것을 다 잊어버리느냐고 혀를 끌끌 차셨다. 다행히 쫄쫄이 부탁대로 햄 에그와 샐러드의 두 가지 샌드위치가 제 시간 안에 준비가 되었다.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얼마에 팔 것이며, 팔고 난 돈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말들이 많았다. 나는 햄에그 샌드위치와 샐러드 샌드위치를 묶어서 칠백 원에 팔아라 하고, 쫄쫄이는 그냥 개당 사백 원에 팔겠다 한다. 친정엄마는 사백 원에 팔면 거스름돈 백 원씩을 내주는 것이 골치 아프니, 그냥 개당 오백 원에 파는 게 좋겠다 하셨다. 역시 오래 사신 분이 현명하시다. 샌드위치 팔아서 생기는 수익금은 쫄쫄이, 엄마, 할머니가 50:30:20으로 나누기로 합의가 되었다.
어쨌거나 여덟 개의 샌드위치를 들고, 쫄쫄이는 신이 나서 빵 장사하러 학교로 갔다. 미션 클리어! 나도 한숨 돌리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쫄쫄이가 들이 닥쳤다. 샌드위치 통을 들고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엄마… 목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이라는데?”
“아이구.. 우리 새끼를 우째야쓰까이” 장탄식이 쏟아졌다.
(대문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