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 밀켈슨에게 보내는 박수, 톰 왓슨에게 표하는 경의
퇴근하여 TV를 켜도 참 볼만한 것이 없다. 배경처럼 틀어놓던 뉴스 채널에서는 어지러운 세상 이야기가 도돌이표로 나와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다가 넷플릭스나 유투브 같은 OTT 플랫폼으로 들어가 놀게 되는데, 코로나로 강제 집콕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나마 볼 만한 것들은 웬만큼 챙겨 봤다. 그리하여, 주로 골프 채널을 틀게 되는데, 요즘이 마침 성수기이다 보니 거의 매주 볼만한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지난 5월말에는 ‘KLPGA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쉽’과 ‘PGA 챔피언십’ 경기를 아주 재미있게 시청했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쉽에서는 치열한 조별 매치를 거쳐 박민지프로와 박주영프로가 우승 경쟁을 벌였는데, 분투 끝에 박민지프로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민지프로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라고 하는데, 올해 벌써 3승째라고 하니 참 대단한 선수이다. 드라이버샷에서부터 그린 주변에서의 숏게임, 퍼팅 등 모든 면에서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설자가 칭찬을 많이 했는데, 겨우 볼이나 맞추고 다니는 내가 보아도 과연 참 잘 친다 싶었다. 무엇보다 게임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크게 동요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내심 박주영프로를 응원했다. 특별히 좋아했던 선수라기 보다는, 결승전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번 탈락의 위기를 겪으며 올라온 집념에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상당한 장타에, 페어웨이나 그린에서도 박민지프로 못지않은 안정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는 듯했다. 알고보니, 프로 경력 13년의 31세 나이, 우승이 없이, 준우승이나 10위권 내에 드는 기록만 있다고 하니, 프로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의 그녀에게도 빛나는 한 순간이 주어지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던 게임은 15번홀, 16번홀에서 한 사람은 승기를 잡고, 한사람은 승기를 놓치며 박주영프로가 분패하고 말았다. 사실, 박주영프로도 최선을 다해서 잘 쳤는데, 박민지프로가 워낙 흔들림없이 잘 친 결과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후반홀로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보는 내가 조금씩 마음이 불안하더라니.
몇일 전, 간만에 친구들과 골프를 치다가 두산매치 관전평 끝에 박주영프로 이야기가 나왔다. 나답지 않게 열심히 응원했다고, 13년의 투어 생활 끝에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했더니만, 내 이야기를 듣던 B가 아이언을 고르다가 무심하게 툭 던졌다. 몇 년 동안 그녀를 응원하다가 허무해졌다고, 이제 그녀를 응원하지 않는다고. 운이 없는 것일까? 멘탈이 약한 것일까? 반복해서 운이 없다면, 실력이 부족하거나, 멘탈이 약한 것이겠지. 어저께보니 KLPGA 롯데오픈에서도 박주영프로가 계속 선두권에서 맴돌고 있는 듯 했다. 스스로를 믿기를, 집념을 갖기를, 그 믿음과 집념으로 올해는 좋은 운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이번 봄 시즌의 가장 감동적인 게임은, 필 미켈슨이 골프 사상 첫 50대 나이의 메이저 우승을 일구어낸 ‘PGA 챔피언십’ 아닐까 한다. 골프장인지 모래밭인지 헷갈리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바닷가의 거친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에서, 이삼십대 펄펄 나는 젊은 프로들과 맞서, 한홀 한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골프선수 세계 랭킹의 순위권 저 아래로 내려 앉은, 결코 젊지 않은 프로선수가, 티샷을 앞두고 저 멀리 그린의 깃대를 응시하며, 또는 벙커에 빠진 볼 앞에서 드센 바닷 바람을 맞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흔들림없이 본인의 경기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 매 순간에, 아마도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상대하여 어르고 달래며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꼽는 가장 멋진 골프 선수, 만나보고 싶은 분은, 환갑을 앞둔 초로의 나이에 2009년 ‘디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톰 왓슨이다. 2009년 ‘디 오픈’도 거친 바닷가에 있는 영국 턴베리 골프 코스 에서 벌어졌는데, 도저히 게임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을 정도의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고는 했다. 이제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당시, 그런 악천후 속에서도, 시종 온화한 표정으로 가끔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경기에 몰입하다, 때때로 환한 미소를 보여주곤 해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른 많은 선수들이 비바람과 싸우며, 지쳐나가 떨어지는 듯 후줄근하게 느껴졌는데 반해, 그 분은 비바람에 개의치 않으며 그저 담담하고 의연해 보였다고 할까? 최종 우승을 놓쳤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오래 여운을 남기며, 당시 큰 감동을 느꼈다. 그 경기를 본 후, 한동안 그분에 대한 과거 경기나 삶의 모습을 찾아보며 팬심을 키웠었다. 2009 디 오픈에서 벙커샷을 하는 그 분 사진을 노트북의 배경화면으로 해두고, 한동안 그를 흠모했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 운동선수도 나이가 들고, 때가 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가 없다. 자발적으로 무대에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실상은 시간이 그를 끌어내린 것이니, 말하자면, 결국은 밀려나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며 승승장구하던 분들일수록 그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종종 아리다. 특히, 그들이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되면, 집념과 집착의 경계에서, 박수를 쳐야 할지 말지 솔직히 마음을 못 정하게 된다.
필 밀켈슨 선수의 분투에는 갈등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하기에, 그가 나이들어가는 인간의 운명과 드잡이를 하며 얼마나 초인적인 노력을 해 왔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의 도전에 짠한 마음 없이 박수를 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톰 왓슨 선수의 경기를 보며 초보 골퍼가 감동을 느끼고 흠모하게 된 것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지만, 초연히 물러나 앉을 줄도 아는 그 의연함에 있었지 않나 싶다.
흔히, 집념은 무언가 세상의 의미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불굴의 노력을 하는 좋은 뜻으로 이야기되고, 집착은 세상의 무언가에 마음이 쏠려 스스로의 중심을 잃고 매달린다는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곤 한다. 그러나, 집념과 집착은 사실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그 무언가를 향해 달려나가게 하는 열정,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집념 밑에는 집착이 숨어 있고, 집착하는 마음 속에는 그 대상을 향한 집념이 살아있을 것이니, 마치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노장이 집념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간혹 혼란스럽다. 집념과 집착, 그 한끝 사이 어디쯤에 서 있는 듯 하기에. 그러므로, 설사 집념을 갖고 불굴의 노력을 해 왔다 하더라도, 내 몫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남은 길을 가는 자세, 딱 거기까지가 집념의 자리가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것이 쉬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나처럼 케세라 세라 적당히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집착이든 집념이든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꽁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
“그런데요. 엄마...
하얀 공이 휙휙 또르르 또르르 굴러다니니
나도 막 그 공에 집중하게 되던걸요.
새소리도 막 들리고요....
그래서, 엄마가 나 보고 막 웃었지요 ?
골프 좋아하는 냥이라고...
근데요. 엄마..
나는요.
엄마한테 맛난거 달라고..
막 얼굴도 비비고,
내 멋진 꼬리로 엄마 다리도 살짝 살짝 건드리며
막 친한 척도 하고요.
엄마 발 아래에 발라당 누워 이쁜 척도 하는데요.
그래도 엄마가 암것도 안주는 날에는
에라이.. 주등가 말등가 하고
나도 그냥 쌩~ 딴 데로 가버려요.
맛난거 안 준다고 엄마를 꽁 물면 뭐해요?
그런데요. 엄마....
내가 나중에 할머니 냥이가 되면요...
막 뭐 할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케세라세라 하라는 거 맞아요?
그래야 내가....
짠한 냥이가 안....된....다....는 이야기예요?
아...닌...가?
지금 막 아등바등하며
싫컷 먹고
오만 장난감도 갖고 놀고...
집 머시기.. 착도 하고 집...머시기 념도 가지라는... 건...가?
그러면 그냥 나중에는 저절로
케세라세라 할머니냥이가 된다는 건...가?
엄마. 그냥
내....밥이나 주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