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이, 하늘을 날다

by 나무Y

새벽 4시경, 불쑥 잠이 깬다. 밤 10시가 넘어가는가 싶으면 정신이 슬슬 혼미해 지는 지라, 일찍 잠드니, 일찍 일어날 수 밖에.


화요일에도 신새벽에 잠이 깨어, 주섬 주섬 베게를 챙겨 거실로 나왔다. 황토매트를 켜고 희미한 어둠 속에 누워 “다시 자자, 좀 만 더 자자!” 주문을 외웠다.


일이십분 쯤 지났을까...

등허리가 슬슬 따땃해지며, 잠이 들동 말동 하는데, 무언가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고 할까… 가만히 보니, 딸 방에서 자고 있던 꽁이가 뭔 소리를 들었는지, 거실로 나와 살곰 살곰 내 곁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미처 잠이 덜 깬 쪼꼬맹이는 정말이지 실눈을 겨우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중. 내 곁으로 오라고 황토매트를 타탁 타닥 쳐 주었다.


꽁이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또꼰 또꼰한 황토매트 빈 자리에 어찌어찌 비집고 들어와, 온 몸을 쭉 뻗어 다시 잠을 청하는 눈치다.


나도 설핏 잠이 들려는 차에, 꽁이가 내 배 위로 슬쩍 기어 올라 오더니, 그 쪼꼬만 궁뎅이를 내 코 앞에 들이민다. 살짝 촉촉한 듯 차가운 코를 내 손에 박고, 하는동 마는동 게으른 꾹꾹이를 하는 꽁이. 기가 찬다. 한 손은 꽁이 코박기용으로 수용 당하고, 남은 한 손으로 등을 슬슬 쓰다듬어 주었더니, 기분 좋아진 꽁이가 지 꼬랑지를 내 코 앞에 왔다리 갔다리 흔든다. 나는 그만 무방비로 꽁이 꼬리로 얼굴 마사지를 받는 형국이다.

그러다 둘 다 깜빡 잠이 들었던가… 고단새 꿈을 꾸었다.


꿈에... 꽁이는, 무슨 연유인지,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치솟은 다리 같은 요상한 구조물의 끄터머리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꽁이는 한발 더 끝으로 다가 앉더니 귀를 쫑끗 쫑긋 대며, 끝없이 열려있는 허공 속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가? 꿈에서 나는 얼음이 되어 “꽁아, 꽁아 위험해, 이리로 내려와~” (고함치면 오히려 놀라 떨어질까) 속삭이기만 한 것 같다. 순간, 꽁이가 가볍게 포올짝 허공으로 뛰어 내렸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야 할지, 얼어붙는다고 해야 할지,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으로 추락하는 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꽁이 털들이 살살 부풀어 오르는게 아닌가! 꽁이는 작은 구름처럼 하늘에 동동 떠 있었다. 꼬리가 달린 동그란 털 방석 같기도 하고, 병아리 같기도 하고. 하늘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꽁이는 솜털 구름 처럼 하늘에 떠 있었다.


잠이 깨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배 위에 엎어져있던 꽁이는 오데로 가버리고 없다. 다만, 높은 허공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꽁이 모습, 갸웃 갸웃 내려보다 폴짝 뛰어 내리던 순간, 솜털 구름 처럼 동동 떠있던 꽁이 모습은 생시처럼 생생해서 가슴이 먹먹하더라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딸아이에게 꿈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꽁이가 하늘을 날았다고. 하늘을 날며 활짝 웃더라고. 딸아이는 무슨 그런 개꿈이 있냐며 나를 비웃었다. 고양이가 어떻게 웃더냐고, 웃는 꽁이 얼굴을 묘사해 보라고 시비를 걸었다. (아니, 개꿈이 아니라 고양이 꿈을 꾸었다고라!)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하!”


전날 밤, 언니 침대 머리 맡에서 잠 잘 준비를 하며 노닥대던 꽁이에게 내가 수작을 걸었더랬다.


"꽁아... 오늘은 엄마랑 잘까?"


왠일인지 꽁이가 나를 따라 나오느라 제법 높은 침대에서 "폴짝" 뛰어 내렸는데, 그 모습을 보고 꽁이 무릎 다치면 어떡할거냐고, 딸아이가 나를 타박했었다. 그것이 꿈이 된 것일까?


추적 추적 겨울비 내리는 화요일, 월요병이 안 나았나? 발걸음이 무겁다. 어찌어찌 연구실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 늦게 딸아이가 꽁이 사진을 몇장 보내 왔다. 꽁이는 서재방 콩 쇼파(bean bag)에 온 몸을 파묻고, 죙일 식음을 전폐하고 퍼질러 잠을 자고 있단다.


"꽁이가… 뭔 하늘을 퐁퐁 날더라고?

하루종일 머리 처박고 잠만 자는구만.."

"그랴? 홍홍홍…

조래 조래 정신없이 자다가

빈백에서 홀라당 떨어질라잉.

꽁이 ‘공뎅이 퐁퐁’해서 깨워봐라~

애가 밥은 먹고 자야지~~~ 홍홍홍~”


우리 쪼꼬만 꽁이는, 궁뎅이도 조막만해서 ‘궁뎅이 팡팡’이 아니라 ‘공뎅이 퐁퐁’을 해서, 깨워야 한다. 아이고, 꽁이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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