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철2) 제 그림자에 놀라

by 나무Y

토요일 아침, 9시쯤 되어 갈려나.

식구들 깨어나기 기다리다 무료해 혼자 아침을 먹기로 한다.

베이글 반 조각을 잘라 미니 오븐에 노릇 노릇 굽고, 알 커피를 내린다. 베이글 굽는 향에 커피 향이 어우러지는 그 달콤고소한 향이라니 !

느긋한 마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봄날 아침, 거실에 햇살이 퍼져 마루 바닥이 반짝인다.


소파 위에서 졸고 있던 콩이가 갑작스럽게 고개를 번쩍 들더니 귀를 쫑긋 세우고, 마루로 폴짝.

아직 1.5Kg도 안되는 작은 몸, 짧은 다리, 엉덩이를 샐쭉 샐쭉 하며 햇살이 반짝이는 거실을 요리 조리 돌아다니다 나하고 눈이 딱 마주쳤다.


“꽁이 잘 잤어? 엄마는 아침먹지~ 꽁이야 어때? 냄새 죽이지?”

그러나 우리 콩이는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정색을 하며 나를 쳐다보는 것으로 봐서...

<아.. 언제 봤어요? 모르는 사람같은데...> 라고 말하는 듯.


살짝 상처받아

“야아~ 꽁이야... 너어~ 어제 밤에 엄마랑 친한 척 많이 했잖어 ?

엄마 배 위에 올라와서 잠도 자 놓구서는...구시렁 구시렁..”

그러거나 말거나 콩이는 자유롭게 거실 탐색 중.


반을 잘라 노릿 노릿 구워진 베이글에, 딸이 만들어 놓은 그맄 요거트를 양껏 바르고, 꿀을 살짝 끼엊어 한 입 베어무니.. 아 맛나다.

오래전 일년여 머물렀던 북 캘리포니아의 작은 소도시 데이비스의 단골 카페도 생각나고, 딸과 찾아 다녔던 뉴욕의 베이글 맛집의 아침도 생각나는 맛이다. 아마도 음식 냄새는 코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맡는 듯 !

그런데, 갑자기 콩이가 거실 바닥에 붙어 앉아서 무언가 수상한 작업을 하느라 제법 야단법석이다.

두 귀를 바짝 세우고, 앞발로 거실 바닥의 무언가를 움켜 쥐려고 용을 쓰더니만, 무언가를 집어 먹는 듯 입을 오물 오물하기도 한다.

그러다 깜짝 놀라 팔딱 뛰어서 옆으로 옮겨 가더니, 다시 또 무언가를 움켜 쥐려고 짧은 앞발을 모으고, 비비고, 움켜쥐고, 먹는 시늉을 하고...

한참을 그러고 있는게 아닌가.

나중에는 아주 깜짝 놀라서 온 몸의 털을 곧추 세우고, 꼬리털까지 빵빵해져서 후다닷 창가로 도망을 가버린다.


놀라서 바닥에 뭐가 떨어져있나 자세히 살펴봐도 인간인 나의 눈에는 그저 깨끗한 나무 바닥에 햇살만 밝게 빛날 뿐이다.


“꽁이야.. 너 왜 그랬어 ?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던?”

콩이는 말 없이 엄마를 바라본다. 창가 햇살에 눈이 부신지 콩이 눈동자는 가느다란 바늘이 되어 있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느릿 느릿 접시랑 컵을 씻던 중에 벼락같이 깨달았다.

‘아아.... 콩이가 아침햇살에 비친 제 그림자를 갖고 그 난리를 쳤구나~’


그리고, 연이은 뒤통수를 치는 깨달음 하나.

누군가 더 큰 존재가 저 위 쯤에서 나를 내려다 본다면,

내 그림자를 잡겠다고 혼자서 난리를 치고, 온 몸과 마음의 가시를 반짝 세우고 내 그림자에서 달아나고 있는 내가 이 땅 한 구석을 차지하고 살고 있을 수도 !


그나 저나, 꽁아, 너 한번 스스로 소개해 볼까?


<아... 깜딱이야.

엄마, 나 더러 직접 소개를 해보라고요?

아니 왜 제가 소개를...


그래도 뭐.. 굳이 소개를 하자면...


엄마도 아다시피...

나는 겁많은 작은 여자 아기고양이예요.


생일이 2020 12 5일이니 이제 오개월이 됐네요.

엄마네 집에는 지난 2월 28일에 왔으니, 두달 정도 됐고요.

그쵸 엄마?


내가 모타리가 너무 작아서 엄마랑 언니랑 뭐라도 잘 먹인다고

이것 저것 챙겨줘서 요즘 좀 컸어요.

엄마, 고마워요.

그런데, 아빠는 내가 작은게 더 좋다고 해서 좀 고민이긴 해요.

쑥쑥 커야 하나... 조금 먹고 조금만 커야 하나...


그런데, 엄마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나를 왜 자꾸 꽁이 라고 불러요?

내 이름은 땅콩이예요.

노릿하고 조그마하다고 엄마가 너 땅콩이 같네 해서 땅콩이가 되었잖아요.

내 주치의도 나를 콩이 라고 부르는걸요.


아무튼 엄마, 나도 내가 어떤 고양이 인지 아직은 잘 몰라요.

이제 차차 알게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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