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in the wind

-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며 길 위에 선 -

by 나무Y

낮에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 길을 나섰다. 카눈이 지난 후 한풀 꺾였던 날씨는 다시 뜨거워지는 중인듯, 한 낮의 햇빛이 맹렬하다. 선글라스에 양산까지 바쳐 쓰고 주차빌딩으로 가다가, 작은 목숨 하나를 발견했다. 작열하는 햇빛 속, 시멘트 보도블럭 위의 제법 굵은 지렁이 한마리. 길을 나선지 오래지 않은 듯 피부가 햇빛에 반짝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둘러 보아도 난데없는 목숨이다. 저기 저 배수구에서 기어 나왔을까? 저 잔디밭 속 어딘가가 너무 뜨거워서 기어 나온 것일까? 그러나, 저 태양도, 내가 서있는 이 시멘트 보도 블럭도 너무 뜨겁다.


둘러 보아도 주위는 그저 깨끗해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 넓은 잎사귀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잔디를 뜯어서? 대책이 없다. 맨손으로 저 목숨을 집어 올려 저 배수구 아래로 던져주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생각만으로도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작은 가지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하는 새에 어느듯 주차빌딩 내 차에 다다랐다. 마음이 불편했으나, 어쩔 것인가? 제대로 길을 찾아 갔기를. 그리고는 깜빡 잊었다.


다시 돌아와, 차를 세우고, 햇빛 쏟아지는 3연구동 옆 통로에 서니 아차차 그 목숨 생각이 났다. 훔쳐보듯 슬쩍 앞을 보니, 그 자리 언저리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하며 살짝 고개를 돌리는데, 길 가 한쪽에 그 목숨이 빛을 잃고 놓여 있다. 1m ? 50cm ? 쯤 서쪽으로 옮겨 가 있다. 그늘을 찾아 가던 중이었을까?


자리에 돌아와 AI에게 물어 보았다. 지렁이는 어떻게 방향을 찾아가는가? 지렁이는 광각성 시각 시스템을 이용하여 주변의 빛의 강도와 방향을 감지하고.... 화학 미각을 통해 환경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여 어저꾸 저쩌구... 이러한 시각, 화학, 운동 등의 정보를 통합하여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주변 환경에서 음식과 파트너를 찾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이동을 합니다...


살고 싶다면, 잔디밭 흙 속으로 들어 가거나, 배수구 속으로 들어 가거나, 아니면 저 그늘 아래로 갔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방향이든, 서너 걸음이면 닿을 그 길이, 저 작은 목숨에게는 멀어도 너무 멀었을 게다. 게다가 시멘트 길도 저 태양도 가차없이 뜨거운 한 낮이었으니.


한발짝 한발짝 뒤로 물러나 경계를 허물며 바라다 보면, 그 목숨이나 이 목숨이나, 찰나에 나타나 속절없이 스러지는 것일 게다. 어쩌다 태어나,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이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며 길 위에 선 가여운 목숨들이다.


I close my eyes only for a moment,

and the moment's gone.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Dust in the wind,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

"Dust in the wind, Kansas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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