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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Mar 02. 2022

코로나 생존자

살아있는 거 맞니

하루 코로나 확진자 20만명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확진됐다가 회복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있다.


사무실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옆집에 사는 이웃이 확진됐다고 해도 이상할리 없는 세상이다.


가족이 아니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고, 그 가족 역시 격리하지 않는다. 저 멀리 걸어오는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가족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생존자 가족이 됐다. 남편과 나, 쥬쥬를 포함해 직계가족은 전부 코로나로부터 무사하다.


진짜 무사한 건지, 무증상이라 모르고 지나간 건지 알 수 없으나 아직까진 확진된 사람이 없이 무탈히 살고 있다.


남편은 재택근무+육아 중

남편은 일주일째 재택근무 중이다. 뒷자리에 앉은 직원이 코로나에 확진됐고 회사 방침에 따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하고 있다.


안 그래도 바쁜 감사 시즌에 재택근무하는 남편은 방에서 꼼작 없이 앉아 일한다. 말 그대로 집에서 하는 근무일뿐 달라진 것은 없다.


달라진 건 건조하고 메마른 육아에 지친 나와 쥬쥬다. 견물생심이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쥬쥬는 아빠가 있는 걸 알고 빠른 속도로 보행기를 끌고 가서 방 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린 틈으로 보행기를 들이밀고 응! 아빠! 를 부른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노트북을 닫고 포스트잇을 떼는 일도 생겼다.


나 역시 남편을 자주 찾는다. 쥬쥬가 잠투정을 할 때, 집안일을 하는데 쥬쥬가 심심하다고 보챌 때, 재택근무로 탄생한 '여보 찬스'를 남발한다.


여보, 쥬쥬 봐줘. 똥 묻은 바지 손빨래해야 해!

지금 쥬쥬 안아줘. 내가 안으니까 싫다고 운단 말이야.


육아+살림, 머신이 아니야

이렇게 보면 고된 업무에 육아가 더 해진 남편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그렇다고 나 또한 홀가분한 것은 아니다.


바쁜 육아에 우리 부부의 식사를 챙겨야 일이 추가됐다. 쥬쥬와 둘이 있을 때 주로 시켜먹거나 간단히 먹었던 식사를 한두번이라도 차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집안에 머무는 식구가 늘었으니 빨래도 청소도 자주해야 한다. 그리고 더해진 찰나의 무게에 불쑥 화가 난다.


여보, 점심 언제 먹을 거야? 찌개 다 끓였는데.

응, 밥 다 준비되면 나갈 수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준비되면 나온다니. 그전에 나와서 수저를 놓을 수 없어? 요즘 식당에 가도 스스로 주문하고 그릇을 가져가잖아. 여기가 레스토랑이야 뭐야!


성난 아내의 융단폭격을 맞은 남편은 벙쪄서 말을 잃는다. '이 집 남편 참 불쌍하네'라고 할 수 있지만 역할이 바뀐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회사일과 집안일이 분리가 되지 않은 남편은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그대로 안고 거실에 나온다. 그리고 나에게 풀어낸다. 아기를 안은 채로 말이다.


아, 정말 일을 왜 저따구로 하는 거야. xxx xx 짜증 나.

여보, 애기를 안고 왜 나쁜 말을 해! 쥬쥬 이리 줘!


분명히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부터 생존했는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길어진 코로나 사태에 가족 간 가정불화가 커지고 이혼 상담도 늘었다는데 우리 집도 안전하지 않은가 보다.


오늘 저녁은 남편의 피로와 나의 고단함을 달래며 치킨을 시켜 먹어야겠다. 덧, 쥬쥬는 떡뻥을 두 개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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