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디 Apr 01. 2022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 삶은 내 껀데, 난 어딨나

벌써 4월 첫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왔다. 거리에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고 맑은 하늘, 눈부신 햇빛이 움츠렸던 몸을 기분 좋게 깨운다.


집콕하는 나는 창문 틈 사이로 찰나의 봄바람을 마신다. 쥬쥬의 이유식을 준비하는 시간, 아기가 엄마를 찾지 않는 잠깐의 시간이다.


울지 마 아가야(엄마도)


봄의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한 반면 집안의 내 세상은 여전히 후덥지근하고 적막하며 정신이 없다.


지난달 나는 코로나 확진자 보다 힘들다는 확진자 가족으로 살았다. 남편은 오미크론에 감염돼 바깥에서 일주일 격리했고 그 사이에 쥬쥬는 고열에 시달려 사경을 헤맸다.

그나마 멀쩡한(?) 나는 열이 40도까지 오른 아기를 안고 며칠밤을 꼬박 새웠다. 젖은 수건으로 아기의 몸을 닦고 약을 먹이는 동안 토가 묻은 빨래, 설사한 기저귀가 넘쳐났다.


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시간에 나는 지쳐갔고 아픈 아기를 보면서 소리 없이 울었다. 나와 아기는 음성이었지만 추가 감염의 우려가 있어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혼자 아기를 보면서 사고도 여러 번 일어났다. 내가 잠깐 세수를 하러 간 사이에 아기는 침대에서 떨어졌고 안 그래도 고열에 시달려 지친 몸으로 오랜 시간 울었다.


설사한 아기를 안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아기의 이마가 벽에 닿는 사고도 있었다.


내가 잠을 못 잔 탓인지, 손에 힘이 없어서 그랬는지. 미안한 엄마와 아픈 아기는 화장실 바닥에 앉아 그렇게 또 한참 울었다.


다행히 쥬쥬는 울긋불긋 열꽃이 나면서 열이 내려갔고 나는 목이 붓는 정도의 가벼운 몸살이 지나갔다.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나는 삼십 대 후반에 아기를 낳고 늦깎이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나약하고 미숙하다. 아기가 아프면 덜컥 겁이 나고 울음을 터트리면 내가 더 많은 눈물이 떨어진다.

내 삶에 내가 없는 현실이 서글플 때도 있다. 봄 날씨는 너무 싱그러운데 아기와 집에 묶여 초췌한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아주 가끔 남편의 삶을 보면 애는 같이 낳았는데 왜 내 삶만 송두리째 바뀌었나,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봄 꽃같이 싱그러운 아기를 보면서 불현듯 우울함이 치솟는 순간이다.


혼자 삼남매를 키웠다는 엄마의 말도, TV에서 애국가가 나올 때 시아버지가 퇴근해서 혼자 육아를 했다는 시어머니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엄마인 내가 내 삶에서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생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