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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an 14. 2022

돌잔치 경제학

엄마 욕심에 애 잡을라

'여보 우리 쥬쥬 돌잔치는 제대로 해주자. 100일도 200일도 집에서 했으니까 돌잔치는 좋은 곳에서 해야지'


남편의 말에 조바심이 생겼다. 맞아, 돌잔치 준비는 서둘러야 한다는데.


장소는 어디서 할까? 사람은 몇명이나 부르지? 아기 드레스는? 한복은? 나도 드레스 입어야 하나? 한복은? 돌상은 업체를 불러? 스냅? 동영상은 찍어? 말아? 답례품은?



스튜디오 사진 촬영이 150만 원?


'제2의 결혼'이라고 부르는 돌잔치 준비가 시작됐다.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의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준비했다면 돌잔치는 아기의 스드메가 추가된다.


스튜디오를 먼저 검색한다. 평소 못 입는 명품 드레스를 빌려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화보앨범이라고 부르는 사진을 앨범, 액자로 한 개씩 받을 수 있다. 앨범에는 사진이 열 장 들어간다. 가격은 150만 원부터다.


아기가 엄마 또는 아빠랑 같이 찍으면 190만 원, 조부모 등 가족이 같이 촬영하면 가격은 270만 원까지 올라간다. 헉 소리 나는 스튜디오 촬영을 꼭 해야 할까. 스냅으로 퉁 치자는 남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바심 난 엄마 덕(?)에 한 살이 된 아기는 드레스를 입고 한복에 조바위까지 써야 할 태세다.

드레스는 인스타그램에 '돌드레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를 검색했다. 작디작은 드레스 한 벌을 20-30만 원에 빌릴 수 있다. 사는 것 아니고 빌리는 것이다. 한복도 마찬가지. 저고리가 아닌 당의를 선택하고 꽃 자수가 놓인 조바위를 빌리면 15만 원이다.


돌 잔칫날 하루 아기가 입는 옷에 40만 원이 들어가는구나. 40만 원이면 우리 아기 실내복을 10벌도 살 수 있다. 이쁜 드레스와 한복을 입고 반짝일 아기의 모습과 톡톡한 실내복을 입고 웃는 아기의 얼굴이 스쳐간다.


엄마 드레스도 마찬가지. 돌맘 드레스로 유명한 곳은 대여비가 20만 원부터다. 매일 잠옷을 돌려 입는 내가 갑자기 드레스라니. 그 보다 적은 돈으로 복직 후 회사에 입고 갈 수 있는 원피스를 하나 살까. 머릿속에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린다.


팔선 고시? 들어는 봤니!


돌잔치 장소는 용감하게(?) 호텔부터 알아본다. 1인당 식사비용은 15만 원 이상이다. 최소 양가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6명이 식사하면 100만 원이 넘는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신라, 하얏트, 리치 칼튼, 반얀트리 등 내로라하는 호텔은 이미 6월까지 점심이 풀 부킹이라는 사실. 집에 박혀있는 아줌마가 세상 돌아가는 속도를 너무 몰랐구나.


호텔마다 일정은 다르지만 보통 6개월 전, 1일, 호텔 식당 오픈 시간에 미친 듯이 전화를 해서 예약을 따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라호텔 돌잔치 장소로 유명한 중식당 팔선은 돌잔치 예약이 어려워 '팔선 고시'로 불릴 정도다.


스드메와 장소만 알아봤을 뿐인데 멍 때리고 있던 돌 준맘은 벌써 진이 빠진다. 갈비찜부터 생선구이까지 직접 준비해 집에서 돌상을 차려야 하나 별 생각이 다든다.



우리나라는 '골드키즈(저출산 기조에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현상)'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아이를 둘러싼 행사 가격이 껑충 뛰었다. 아기의 첫 생일을 기념라는 돌잔치는 장소, 규모,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돌잔치 검색에 몰두한 나에게 쥬쥬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한 마디 던지신다. '다 엄마 욕심이야. 그러다가 애 잡는다'


잊지 말자. 애미야. 우리 쥬쥬는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이미 반짝반짝 빛나는 골드베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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