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지 않았던 시간들
며칠이 지났고, 다행히 면접을 본 몇 개의 회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다.
합격 연락을 받은 모든 회사의 조건은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좋았고, 연봉도 더 높았다.
하지만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내 자만심으로 망쳤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가장 먼저 밀려왔다.
그래도 아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합격한 회사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회사를 골라 연락을 드려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아쉬움이 더 커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날짜가 다가왔고,
밤 6시가 넘어서야 전화를 받았다.
오늘까지 연락을 드리기로 했는데 전달이 늦어져 급하게 전화했다며,
아직 면접 일정이 모두 끝나지 않아 일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였다.
이미 나는 다른 회사에 다음 주부터 출근하겠다고 연락을 드린 뒤였다.
하지만 그 회사에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었기에 나는 결국 예정대로 출근을 시작했다.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이미 시작한 회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두 번째 회사였고,
나는 모든 순간에서 이전 회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비교는 오히려 나를 더 감사하게 만들었다.
당일 해고를 당하고 몇 달 동안 마음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멀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다른 회사를 향한 미련이 남아 있었고,
그 일주일은 유난히 길게 흘렀다.
그리고 결국 그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결과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마치 내 것이었던 적도 없던 장난감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아이처럼 허무했다.
잠깐의 자만심으로 다 가진 것을 놓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일을 겪으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만심은 노력으로 쌓아온 시간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일이 잘 풀리는 순간이 와도 내 위치를 잊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두 번째로 입사한 회사에서 어느덧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차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가장 안정적인 자리가 되었고,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준 소중한 시작이 되었다.
돌아보면 원했던 곳에 가지 못했던 순간들도,
무너졌다고 느꼈던 시간들도
결국은 나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오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순간을 쉽게 단정 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고,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니까.
그리고 나는 믿는다.
모든 경험과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돌아가는 길일 수는 있어도,
결국은 각자의 자리로 우리를 데려다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