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의 대가
면접이 이주에 걸쳐 연달아 잡혔다.
그중에는 가고 싶은 회사도 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다.
회사와 내가 지원한 직무에 대해 공부했고,
그에 맞춰 면접에 가져갈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오라는 말은 없었지만, 특별할 것 없는 내 스펙으로 면접관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뭐라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각 회사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고, 제본까지 해서 면접장에 들고 갔다.
일주일에 세네 개씩, 이주 동안 면접이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많은 면접이 몰려 있었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몸에 피가 도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중 한 곳,
정말 가고 싶던 회사의 1차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지금 지원한 회사들 중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나요?”
순간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솔직하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회사 이름이 뭐냐고 질문하셨다.
두 번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걸 눈치채셨는지 면접관분들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라며 다시 한번 질문해 주셨고, 나는 결국 회사 이름을 말했다.
(지금도 이 대답이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무와 크게 관련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고, 면접관분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뜻밖의 말을 건넸다.
“내일 바로 2차 면접 가능하실까요?”
이미 다음 날도 면접이 잡혀 있어 오후 늦게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그 시간에 맞춰 2차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괜히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잘 풀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확신 같은 것이었다.
다음 날, 원래 잡혀 있던 면접과 2차 면접이 모두 있었지만 나는 나태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오전 면접을 정말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편하게 보고, 어제 그 회사 2차 면접이나 잘 보자’라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갔는데,
막상 회사에 도착하자 나를 정중하게 맞아주는 인사팀에 한 번 놀라고,
앞뒤로 앉아 있는 다른 면접자들에게 또 한 번 기가 눌렸다.
정장을 입긴 했지만 단정함에만 신경 쓴 나와 달리,
다른 지원자들은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온 상태였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기가 죽어버렸고,
면접장에서는 자기소개를 하다가 말을 더듬어 끝까지 마치지도 못한 채 말을 맺었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자 당황한 나는 그 뒤의 질문들까지 연달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심지어 질문에 답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길을 잃었고,
결국 면접관에게
“죄송하지만 질문이 뭐였죠?”라고 다시 물어보는 실수까지 했다.
이 업무를 맡아서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프로그램 이름조차 처음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오전 면접을 망치고,
오후에 있던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2차 면접에서도 끝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겨우 면접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저녁, 들떠서 자만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남아 있는 면접이라도 다시 제대로 준비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이 주간의 면접이 모두 끝났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