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법
그렇게 20대 중반이 흘러갔고,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다.
주변에는 안정적으로 장기 연애를 하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그런 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도 상대가 먼저 나를 좋아해 주면,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어도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친구들은 늘 “지팔지꼰”이라며 답답해했지만 그 이상한 똥고집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내가 좋아하면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이어지더라도 그 연애는 늘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친구가 겹쳐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고등학교 내내 친한 친구로 지냈다.
졸업 이후에도 친하게는 지냈지만 10년 동안 따로 연락을 하거나 둘만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고, 그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였다.
그러다 취업과 관련해 부탁할 일이 생겼고, 그 일을 계기로 따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부정했다.
겹치는 친구들도 많았고, 부모님이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이성적인 감정을 인지하고 나니 마음은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고, 작은 해프닝들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나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친구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가볍게 시작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 했다.
그때 그 친구가 말했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네가 예민하고 속 좁다고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지 나한테 네 감정을 숨지기 말고 말해줘. 우리 이제 그래도 되는 사이잖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그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 이후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좋은 감정도, 서운한 감정도 조금씩 표현하게 되었고 그만큼 싸우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 연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한 감정이 생겼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싸우지만
이런 일로 우리의 관계가 끝나지는 않겠구나 하는 묘한 안정감이었다.
싸움이 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내 연애는 부족한 부분이 많고 맞춰가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맞추기만 하는 연애가 아니라 나답게 연애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나는 연애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보다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안다.
편안한 연애는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솔직해질 용기를 가진 두 사람이 천천히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과정을 겪어나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