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병을 알게 된 날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 내 감정을 조용히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슬픔 앞에서도, 나는 비슷한 사람이었다.
2024년 9월 6일 금요일,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할머니에게서 그런 전화가 올 정도라면 이미 그전부터 많은 상황을 겪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자식들 걱정할까 섣불리 판단하고 전화하실 분도 아니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코로나가 심각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병원에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고,
우리 가족은 이미 14일부터 18일까지 해외로 가족 여행을 잡아둔 상태였다.
여행을 취소하고 바로 병원을 갈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휴 기간에는 갈 수 있는 병원도 마땅치 않았다.
우리는 빠르게 대학병원에 전화를 돌렸고,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예약을 걸었다.
아무리 서둘러도 날짜는 추석 이후, 2주에서 3주쯤 지난 시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전화의 시작이 이렇게 길고 아프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추석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연휴가 끝난 뒤 엄마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에 갔다.
치매 검사를 포함해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뇌에 교모세포종이라는 암이 생겼다는 진단이었다.
이미 암은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치매 증상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했다.
암의 종류도 예후가 좋지 않아 길어도 6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젊은 사람들도 이 암 진단을 받으면 6개월에서 길어야 1년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아 병원에서는 수술조차 권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가족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의 수술을 원하셨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수술을 받게 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