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시간

돌봄이 시작된 자리

by 남연

수술 이후, 할아버지는 수술 전보다 선망 증세가 더 심해지셨다.

이 변화가 수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할아버지는 몇십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찾으셨고,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그 집은 할머니와 30년 넘게 함께 살던 집이 아닌,

결혼하시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안양의 집이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 집 역시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씀드리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화를 내셨다. 멀쩡히 살아 계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리 없고, 그 사실을 본인께서 모를 리 없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병원에서는 선망 증세로 갑자기 움직이시는 할아버지의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손목과 발목을 침대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다며 퇴원을 권했다.


할아버지가 묶여 계시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요양병원으로 모시면 계속 이렇게 지내셔야 할 것 같다며 집으로 모시겠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많이 힘들게 하셨다고 한다.
물론 할아버지의 의지는 아니셨겠지만,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통제받는 상황 속에서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던 손지검까지 하셨다고 했다.


할아버지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할머니는 밤마다 집 밖으로 나가려는 할아버지를 온몸으로 막아야 했다.

넘어지려는 할아버지를 다치지 않게 받쳐드리며 함께 넘어지기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할머니의 몸에는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함께 할머니도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할머니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원래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으셨는데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다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병원에서는 이미 내려앉을 만큼 내려앉아 앞으로는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즈음 할아버지의 선망 증세는 더 심해졌고,

할머니 역시 혼자서는 더 이상 할아버지를 돌볼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이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가 가실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지인의 도움으로 괜찮다고 들은 요양원을 찾아 할아버지를 모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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