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자리에서

멈춘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한 고민

by 남연

나는 이미 한 번 크게 방향을 틀어본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공을 선택했고,

예기치 않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나의 대학 전공은 관광학과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여행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여행을 자주 다녔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었던 나는 그나마 익숙하고 좋아하던 여행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했다.


학교를 다니며 나름 적성에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과를 잘 정했다는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관광학과인 나는 그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1년 정도 휴학하면 끝날 줄 알았던 상황은

휴학을 하고, 4학년 막학기가 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입학할 때부터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입 채용 공고는 올라오지 않았고 이미 일하고 있던 사람들조차 직장을 잃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내 시간은 의미 없이 흘러갔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준비했던 자격증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고, 나는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해야 했다.


그 무렵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을 시작했고, 모두가 각자의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평준화 지역에서 학교를 다닌 나는 집과 가까운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친구들을 따라 학원을 다녔으며,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에 입학했다.


그래도 다행히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았다고 믿으며 취업을 준비해 왔는데, 그 취업의 문이 완전히 닫혀버린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정말 원하지 않는 곳으로 취업을 하거나, 같은 과 친구들처럼 아예 다른 분야로 진로를 바꿔야 하는 선택지 앞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노트북만 바라봤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 편집자’라는 직업을 보여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뭐라도 해야 했다.

영상 편집자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지, 취업을 하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작정 학원을 등록했다.


마음이 많이 조급했다.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 다행히 나의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학원을 다니며 영상의 기본이 되는 디자인 툴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평생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내가 방향을 잘 튼 게 맞는지, 이걸로 정말 취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무조건 해야 했다.


내 장점이자 단점은 꾸준함이다.

나는 적성에 맞든 맞지 않든 한번 시작하면 그냥 계속한다.

그리고 적당히 꾸준히 해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된 나는 이제 그렇게 버틸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고 있었다.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데,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적당히 꾸준히’ 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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