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예술커뮤니티 모모모|남지아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은 2013년 서울시 최초로 역사문화지구단위계획 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그 이유는 한양도성, 선잠단지, 성락원, 심우장, 최순우 옛집, 이종석 별장 등 조선시대와 근현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북동은 과거 속 문인 · 화가들의 예술 활동만 주목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현시대의 예술가들도 과거 예술가들의 뒤를 따르듯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성북동이 좋아 이곳에 정착해 오늘도 자르고 다듬고 망치질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리고 오늘>의 대표 김미진님을 만나보았다.
・일러스트/사진/글: 남지아
※ 성북동네관찰프로젝트 [동네탐방 인터뷰]는 성북동 예술커뮤니티 모모모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모모모는 성북동을 거점으로 예술과 마을에 대한 소통, 공유, 협력, 우정을 나누는 자율적인 커뮤니티입니다.
브랜드 네임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이게 엄청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 좋아하는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제 그리고 오늘⟫이라는 말에서 ‘그리고 오늘’만 가져왔다. 브랜드 네임에서 열린 결말의 느낌을 주고 싶었고, 요즘 영어로 된 매장이나 브랜드가 많은데 나는 유독 한글로 하고 싶었다. 말할 때 외우기 쉽고 친근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성북동에 처음 온 것은 2017년 9월 처음 왔고,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이 전에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만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형 작업실을 이용했다. 수업은 안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을 통해 판매를 했다. 손으로 하는 것들은 아무래도 한 번 놓으면 감이 떨어져서 20대 초반부터 계속 나만의 작업실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 중 우연히 이 공간을 발견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공방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집은 안양이라 1년 동안 출퇴근 했었고, 지난 9월에 이곳에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성북동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웃음). 우연히 작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이 공간에 대한 임대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 공방은 너무 크지도 않고 아담했고, 위치한 곳에 다양한 공방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동네주민들이 공방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았던 안양은 젊은 친구들은 많지만 번화가라 상업적이고 시끄러운 편인데 성북동은 서울인데 조용하고 매력적이라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왔지만 동네주민들이 친근하니 좋고, 작가들도 많고 처음부터 적응하기 쉬웠다. 나중에 공방을 옮기게 된다고 하더라도 성북동 근처에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이다.
전공은 시각디자인이다. 처음부터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미대입시학원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금속공예는 미래 전망이 힘들다는 이유로, 나와 엄마를 극구 말려 어쩔 수 없이 포괄적인 시각디자인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면서 금속공예관련 전문기관을 통해 교육 이수했다. 그때부터 휴학한 1년 동안은 한 군데만 다닌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 스타일의 금속공예학원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기 잘한 것 같다. 혼자서 1인 공방을 운영하다보니 시각디자인과에서 배운 과목들을 로고, 스티커, 패키지, 홈페이지 운영 등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경험으로는 국내 유명 디자인 편집몰과 패션회사 MD를 했었다. 그때 우스갯소리로 ‘MD는 모든지 다 다함’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때 다양하고 많은 브랜드를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지금에 와서도 많이 도움 받고 있다. MD시절 알게 되었던 주얼리브랜드 대표님들과도 인연이 지속되어 창업 당시 도움을 주셨다.
회사생활 4년 동안 MD가 적성에 맞아서 재미있게 일했고, 퇴직을 할 때도 좋게 나와서 전 직장동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즐겁게 회사생활 하면서도 ‘반드시 서른 살 이전에 내 사업을 하겠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혼자 일을 너무 해보고 싶었고, 회사생활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또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 주얼리브랜드에 취직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업실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개인적으로 금속공예가 너무 재미있다. 질리지도 않고, 너무 재미있어서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브랜드만의 쇼룸처럼 꾸미지 않고, 작업실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 요즘은 주얼리브랜드가 너무 많고, 제품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카피도 난립하고 있어 너무 힘들다. 또 핸드메이드 브랜드는 저렴할 수가 없는데 중국산이나 대량생산으로 만드는 저렴이 제품도 너무 많다. 그래서 흔한 디자인 외에 나만의 대표제품이 필요했고, 그게 독특한 모양의 ‘황동 책갈피’다. 책갈피에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핸드메이드로 주문 후 제작한다. 온라인판매 반응이 좋아 효자템이다. 보통 주얼리브랜드는 ‘실버’로 많이 제작을 하는데, ‘황동’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황동은 가죽처럼 시간이 지나면 에이징(aging)되서 톤도 다운되고 오래두면 둘수록 더 매력적이다. 차별성을 둔 것이라면 주얼리브랜드지만 금속공예클래스를 하는 것과, 남이 안 쓰는 다른 소재나 새로운 소재를 적극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였다. 공방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작고 협소한 공간이지만 이곳에 오기위해 아주 멀리서도 오신다. 그럴 때면 너무 감사하고, 요즘 오시는 수강생분 중에는 경남 창원시에서 오시는 분도 있다. 그리고 보통 기념일 날 커플들이 많이 오는데 그 분들의 특별한 날에 오시기에 이 공간 자체가 덩달아 특별해진 느낌이 든다.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아무래도 혼자 운영하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나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예로 핸드메이드 제품만의 매력을 알고 주문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지만 핸드메이드라 모든 제품이 일관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디테일이 조금 다르거나 약간의 흠집이 나면 이미 공지가 다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불만족을 드러내는 소수의 분들이 있다. 그럴 때 혼자 감당을 하는 게 힘들어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 다행인건 성격 상 밝은 편이고 그런 기억은 잘 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금속공예’와 ‘커피’를 너무 좋아한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 커피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나니 이론과 실무 두 가지 다 배우고 싶어 일단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했었다. 앞으로 카페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쇼룸에 오시는 손님들이나 작업실 수강생들을 위해 커피를 대접하고 싶었다. 간혹 수강생들이 커피를 가지고 오시는데, 여건이 된다면 웰컴드링크를 준비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협소해서 여기서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그렇게 운영하고 싶다. 요즘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고, 국내 제품도 좋아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또 한국의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일본에 있는 편집샵에 언젠가 입점 제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공부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고자하는 일이나 관심 있는 일에는 계속해서 도전해볼 생각이다. 끝으로 이 재미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리고 오늘이 제품을 팔아서 유명해지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금속공예를 직접 경험해보고 재미있는 취미를 찾으면 좋겠다.
▪상호: 그리고 오늘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14길 8
▪홈페이지: http://andtoday.co.kr
«더성북»은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합니다.
NAMZIA CONNECTING
남지아마켓 namziamarket
블로그 namzia
인스타그램 @namzia
페이스북 namzia
브런치 namz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