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예술커뮤니티 모모모|남지아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8길은 특색 있는 작은 공방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이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이 골목골목 자리 잡았지만 처음 이곳에는 10개쯤 되는 공방들만 모여 있던 성북동 대표 공방골목이었다. 그래서 이곳을 궁금해하는 동네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해 공방들이 먼저 자신들의 제품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아트프리마켓 프롬에잇(from 8)이다. 프롬에잇 운영지기이자 수작업을 사랑하고 향이 나는 것들을 빚어내는 <마미공방> 김민경대표를 만나보았다.
・일러스트/사진/글: 남지아
※ 성북동네관찰프로젝트 [동네탐방 인터뷰]는 성북동 예술커뮤니티 모모모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모모모는 성북동을 거점으로 예술과 마을에 대한 소통, 공유, 협력, 우정을 나누는 자율적인 커뮤니티입니다.
‘마미(mommy)’라는 단어 때문에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기 엄마나 주부일 것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마미는 친한 그룹에서 부르는 내 별칭이다. 평소 친구들이 엄마처럼 집밥을 자주 해주고, 잘 챙겨준다고 그렇게 부른다. 그런 중 손재주가 좋아 공방을 하겠다고 덜컥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서 절차상 상호가 꼭 필요했다. 그때 한 친구가 “너 친구들이 마미라고 부르잖아, 이름에 공방은 꼭 들어갔으면 좋겠고, 마미공방 어때? 일단 쓰다가 나중에 바꾸면 되잖아.~”라고 조언해주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변경할 생각도 몇 번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았고, 변경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업무상 메일로만 소통하다 실제로 미팅을 나가면 왜 젊은 분이 오셨냐고 묻기도 하고, 매장에 오신 손님은 엄마는 어디 가셨냐고도 묻는다. 모두 마미공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이다. 지금은 이 이름이 내게 운명 인가 하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공은 건축으로, 6년 정도 했다. 주로 아파트 설계하는 일을 했었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설계하는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건축은 내가 계획하고 구상한 결과물까지 너무 오래 걸려 지치고 몸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건축을 잠시 쉬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사람이 사는 공간을 향기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문뜩 하게 했다. 이 전에도 집에서 종종 초를 사용했던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집을 채우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하게 되었다.
딱히 관심이 있어서 공방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가 많았다. 쉬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넉넉해졌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예로 향초 만들기, 뜨개질 등을 했는데 완성작 양이 너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만족했는지 선물용으로 하나둘 구입하기 시작했고, 먼저 나서서 입점할 수 있는 가게들을 소개해주면서 판매처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며 하는 것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사실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싶어서 운영하는 가게라는 목적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작업할 공간이 필요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골목 끝 언덕에 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더 좋았다. 누군가 찾아오기에 이곳은 지하철역에서 내려서도 한참이다. 그래서 위치상 장사를 하기에는 단점일 수 있으나 오히려 불편한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방에 누군가 방문한다면 이 길을 재미 삼아 들어오기도 어렵고, 우연히 발견할 일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공방에 오시는 분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분’이라는 생각때문에 더 고맙고, 더 잘해드리게 된다. 자주 오시는 분들과는 가까워도 지고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미공방과 같은 골목에 있는 ‘엘로이’라는 액세서리 하는 언니, 그 맞은편에 도자기 하는 친구, 지금은 없어졌는데 패브릭 하는 친구가 모였다. 우리는 각각 공방을 지키며 운영을 하던 중 기회가 생겨 종종 모여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다 ‘프리마켓’ 이야기가 나왔다. 장거리 유명 프리마켓을 참여하면 생기는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럼 멀리 나갈 것 없이 우리만 해도 4개의 가게(캔들, 액세서리, 도자기, 패브릭 등)가 모이게 되니 여기서 함께 해보자 의견을 모았다. 사실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서 공방 밖에서 구경을 많이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시지는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나가서 우리의 작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여주자고 해서 시작하면 어떨까하고 의견을 모은것이 지금의 프롬에 잇이다. 지금은 이 골목에 카페와 음식점이 있지만, 그때는 다 공방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이 길에 있는 공방만 수를 세어도 10곳이 넘었다. 골목의 공방들만 모두 참여해도 프롬에잇은 가능할 것 같았다.
* 프롬에잇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비정기적으로 성북로 8길 공방들과 성북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마켓이다. 프롬에잇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은 성북동에 자리 잡기 전부터 운영하던 블로그 때문에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시에는 사무실도 없었고, 작업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 책을 쓰는 일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출판사가 책을 쓸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신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안부차 작업실을 냈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작업실 오픈 첫날 계약서를 들고 찾아오셨다. 그래서 작업실을 열고 성북동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바로 책 쓰는 일이었다. 캔들 만들기에 대한 순서를 사진 찍고, 나만의 노하우는 글로 정리했다. 그래서 완성된 책이 바로 ‘마미공방의 캔들북 - 마이 캔들 스토리’이다.
봄에만 만드는 특별한 캔들이 있다. 바로 봄이면 성북천 벚꽃을 잘 말렸다가 '벚꽃캔들'을 만든다. 성북천에서 채집하는 벚꽃이 유난히 실하고 좋다(웃음). 작업을 할 때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예로 캔들을 만들 때는 시판 몰드를 사서 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몰드도 직접 만들어서 구상부터 완성까지 직접 내가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 드라이플라워 같은 경우도 시장에서 생화를 직접 사서 말린다. 모든 과정에 내 힘과 손이 들어가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고 있다. 가끔 여기는 다른 제품과 다르다고 알아봐 주실 때 말씀해주실 때 감사하다.
'시나몬 캔들 클래스'처럼 캔들을 만들거나 '손뜨개 계란 컵받침'과 같은 뜨개질 수업을 한다. 요즘은 에어비앤비 트립(Airbnb Trip)을 통해 블랜딩 원데이클래스를 자주 한다. 성북동을 방문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살지만 잠깐 한국을 방문한 한국인부터 지방에서도 찾아주신다. 블랜딩 수업은 준비된 각각의 천연 에센셜 오일을 알아보고 원하는 향으로 직접 블랜딩을 해서 나만의 향을 만든다. 블랜딩 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향은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로, 제품을 만들 때는 아무래도 개인적인 선호도가 반영된다. 하지만 클래스의 경우 내 취향이 아닌 클래스 듣는 분들의 취향으로 진행되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항상 새롭고 궁금하다. 평소 내가 싫어하는 향을 상대방은 가장 선호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서 수업을 할 때마다 재미있는 것이 타인을 이해하기도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최근 4주년일 때 여행 중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공방을 못 지키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러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 내가 체계적으로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더 그런 것 같다. 늘 앞으로의 대한 고민은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그냥 나의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면 앞으로 새로운 일이 또 생기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감이 있다.
▪상호: 마미공방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8길 18-1
▪홈페이지: http://www.g-mamie.com
«더성북»은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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