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지 May 13. 2021

신(神)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고사리박사 작가의 <극락왕생>

신(神)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박자언은 당산행 전철에 출몰하여 온갖 사람들에게 ‘낭만고양이’를 불러 달라던 독특한 귀신이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편안하게 지옥이나 극락에 가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떠도는 것인지, 왜 하필 당산행 전철에서 ‘낭만고양이’를 불러 달라는지 모릅니다. 당산역 귀신의 사연 따위 관심 없는 도명존자는 자언이 악귀로 판명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그것이 도명이 생각하는 공정함입니다. 도명의 입장에서 귀신은 생애의 업적과 성과에 따라 윤회의 고통을 반복하는 우주의 생성원리를 거부한 죄인이기 때문이죠. 목표지향적인 도명에게 피하고 싶은 임무가 주어집니다. 도명으로 하여금 박자언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며 자비심을 얻으라는 임무입니다. 이런 연유로 당산역 귀신 자언은 26년의 삶 중에 가장 중요한 해였던 때로 돌아가 1년 동안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자언은 1년 동안 도명존자의 도움을 받아 삶의 깨달음을 얻어 극락왕생해야 합니다. <극락왕생>의 독자들은 도명과 자언이 협력하여 극락왕생하게 될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불교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락왕생>은 고사리박사 작가가 2018년부터 ‘딜리헙’이란 오픈플랫폼에서 연재한 웹툰입니다. 독특한 세계관만큼 재미있는 점은 <극락왕생>에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들입니다. 1년의 삶을 다시 살게 된 자언은 불행하게도 고등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갑니다. 수능을 다시 치러야 하다니, 얄궂은 운명이지요. 이미 겪었던 일이지만 다시 살게 되자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있으니, 귀신들을 볼 수 있단 점입니다. 이렇게 많은 귀신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이었지요. 노름귀신, 허풍선이, 신발도둑, 방물장수, 산 할머니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설화 속에 숨어있던 귀신들은 저마다 귀신이 된 사연이 있습니다. 자언은 본인도 당산역 귀신이었던 시절이 있어서인지, 귀신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경청합니다. 도명은 극락왕생할 궁리는 하지 않고 우주의 생성원리를 거부한 죄인인 귀신들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자언이 못마땅했지만, 일관적인 자언의 자비심에 생각이 바뀌어 갑니다. 콤비가 되어 귀신의 일도 돕고, 귀신을 활용해 여러 가지 모험을 하며 ‘윈윈(win win)’하는 자언과 도명존자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어갑니다. 그럴수록 자언은 궁금합니다. 왜 자신에게 도명존자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인지 말이죠. 게다가 자언은 무신론자였습니다. 그런데 늘 옆에서 자언을 도와주는 도명이 있으니 신을 마냥 부정할 수만도 없습니다. 왜 도명은 자언 옆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11화 <산할머니> 에피소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명과 자언은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여성을 만납니다. 그 여성은 신에 대한 믿음을 오래도록 지켜왔으나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사람들의 신에 대한 믿음에 의문이 생긴 인물입니다. 그런 여성이 조카가 밤늦게 소풍날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사람들이 왜 신을 믿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요.      


“사실은 사람들의 안에 그런 마음이 있는 거예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요. 순리대로, 이치에 맞게.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는 대로… 사리에 맞게, 바르게 가야 하는 대로… 온당하게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의 안에 있는 거예요.”     


이 말은 들은 자언은 생각합니다. 도명존자는 자언의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 자언의 곁에 있다는 것을요. 아직 자언이 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자언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믿음을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자언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도명이 필요한 것이고요. 자언이 도명존자와 함께 믿음을 잃지 않고 극락왕생 할 수 있을지, <극락왕생>의 시즌 2를 기다리고 기대하게 됩니다. 자언과 도명이 ‘이치에 맞게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는 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청강뉴스레터 '재미의 이유'에 싣기 위해 쓴 글


**'딜리헙'에 연재하는 고사리박사 작가님의 <극락왕생>을 볼 수 있는 링크**

https://kr.dillyhub.com/home/gosaribaksa/grws 




작가의 이전글 악(惡)의 조건은 변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