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메인요리 또는 msg

자연식에 대하여

by 유진

처음 양평에 왔을 때의 나는 매화와 매실이 같은 뿌리에서 나는 존재라는 것도 몰랐었다. 빨간 우체통에 하얀 울타리가 쳐져 있던 동화속에 나오는 것만 같던 첫 전원주택에서 매화가 지고 매실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직 추위가 있는 이른 봄. 하얗게 피어나는 작고 여린, 그러나 강직한 꽃 매화였다.

첫 전원주택에서 본 매화

그 매화가 지고 매실이 노랗게 익었을 때 돗자리를 깔고 가지를 쳐가며 매실을 수확해 매실청을 담가 요리에 사용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 참나물이 마당 곁에서 마구 자라 넘쳐나는 모습을 보며 뒷집 언니, 아이들과 수확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처음 살았던 전원주택에서는 먹을 것이 참 많이도 올라왔다. 취나물, 돼지감자, 두릎, 둥글레, 대추, 보리수, 달래, 부추 등이 심지도 않았는데 지천으로 올라오며 서울내기인 나를 가르쳐 주었다.

보리수, 오디, 돌미나리 무침, 두릎


나는 토란, 상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콩, 피마자, 땅콩, 옥수수, 배추, 무, 쑥갓, 시금치 등 온갖 것을 텃밭에 심었다. 그렇게 얻어낸 자연을 먹고 또 먹었다. 자연은 내 식탁의 메인이 될 때가 많았다. 올해 새로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오니 역시 자연은 나에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을 내어준다.



텃밭의 부추로 만든 부추전

나는 수확한 고추, 상추, 로메인, 치커리로 겉저리를 해 먹거나 쌈을 싸 먹고, 깻잎은 아이들 알밥이나 김밥 재료로 사용했다. 하나 살아남은 참외가 너무 많이 열려 꽃선생님께 나눠드리고, 귀하게 달린 오이도 소중히 먹었다.

아침이나 점심에는 데크에 나가 앞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곤 한다.



수확한 상추와 치커리를 넣은 쫄면

이럴 때 나를 둘러싼 자연은 그저 바라보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맛을 더해준다. 감칠맛을 더하는 msg가 되어 주는 것이다. 삶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사라지고, 이 한 끼와 자연과 나로 충분해진다.


내 식탁의 메인요리와 msg가 되어주는 자연. 그 앞에서 겸손해지고 고개 숙이는 인간이 되고 싶다. 나도 자연이 되고 싶다.





이전 09화톡, 톡, 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