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

-비 오는 소리

by 유진

비 오는 풍경을 좋아한다. 쏴아 쏟아지는 소나기나 주룩주룩 떨어지는 질척이는 비가 아니라 가볍게 보슬보슬 젖어드는 비를 좋아한다. 창 밖으로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머리는 텅 비어 버린다.

고즈넉한 비 오는 풍경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비 오는 풍경이 참 아릅답구나를 알게 해준 첫 경험.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최초의 기억은 2002년 인도의 맥간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였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면 경사진 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좁은 골목, 바람에 흩날리는 룽타(깃발)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창밖으로 이런 풍경을 보며 비 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 티끌 하나 없는 그런 고요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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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10929_101502988_03.jpg 2015년 두번째 맥간 방문

오늘은 양평에서도 이런 비를 만날 수 있었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깰까 귀마개를 하고 잠이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귀마개를 빼고 빗소리를 들었다.



땅을 두드리는 소리.

마음을 열어달라는 소리.

KakaoTalk_20210929_095202609_08.jpg 방충망에 매달린 매미

거실에 나가 창문을 여니 비를 피해 온 것일까. 9월 말인데 아직 매미가 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마당으로 향했다.


KakaoTalk_20210929_095202609_06.jpg 매미와 루이

데크에 나가 매미와 인사를 했다. 마당으로 발을 내밀며, 밤새 내린 비에 모두들 안녕한지 한 바퀴 둘러본다.


KakaoTalk_20210929_095202609_04.jpg 빗방울이 맺힌 솔잎

"이른 새벽 소나무에 물을 뿌려 주면 잎에 물방울이 맺히는데 참 예뻐요."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해준 말이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소나무에 물을 뿌려주지 않아도 솔잎의 빗방울을 바라보며 '참, 소나무가 예쁘구나' 느끼게 된다. 이 집에 오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풍경이다.


KakaoTalk_20210929_095202609.jpg 비를 머금은 장미

비 오는 풍경을 사랑한다. 생명이 살아나고, 대지는 젖어들고,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머리 속 잡생각은 씻겨내려간다.


비 오는 소리

톡,

토독,

토도독.


당신도 비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톡,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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