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덕후 모여라

-보라색 꽃에 대하여

by 유진

양평은 서울보다 더 추운 지역이다.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서울에는 눈이 녹아 사라져도 양평의 강에는 눈이 얼음 위를 여전히 덮고 있다. 지금은 10월 중순이지만 나는 지난주에 극세사 이불, 요를 꺼내었고, 아이들도 속속 겨울 이불을 꺼내었다.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추운 날이지만 마당과 거리에는 여전히 꽃이 피어있다. 양평에서는 한겨울만 빼면 늘 새로운 꽃이 피고 지며 이어달리기를 해주니 눈이 즐겁다.


요즘 우리집 마당에는 분홍색의 테이비드 오스틴 장미, 주황색의 메리골드 외에 보라색 꽃이 가장 많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중에서 요 며칠 사이 모습을 보여준 꽃은 청화쑥부쟁이이다.

청화쑥부쟁이


통일된 보라색이 아니라 옅은 보라, 진한 보라가 섞여 있다. 봉오리들은 더 진한 보랏빛이다. 3월에 꽃 선생님이 집들이 선물이라며 주신 꽃이었다. 받자마자 화단에 심었다가 텃밭 옆에서 실컷 번식하라고 자리를 옮겨주었다. 삽목을 해도 잘 번진다고 해서 삽목을 했는데 정말 잘 자라고 있다. 여름, 가을을 보내며 꽃이 피는 건지, 아닌 건지 애가 탔는데 이제야 얼굴을 보여주어 더욱 반갑다.

개미취


개미취는 키가 큰 식물이다. 해바라기보다는 작지만 1미터는 넘는 키이다. 그 끝에 보라색 꽃이 피는데 지금은 약간 색이 바래지며 빛을 잃어가는 중이다. 충청도에 개미취 군락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라 덕후가 된 나도 가보고 싶었지만 올해는 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가는잎사계국화는 10센티를 조금 넘을 정도로 앙증맞은 사이즈에 작은 보라꽃을 선보인다. 한 포트에 3천 원이었는데, 다섯 포트를 사서 쪼르르 심어주었다. 여름에 심었는데 지금까지도 꽃을 피운다. 쉽게 잘 자라는 '국화' 종류라 특별히 손이 가지 않으며, '사계'라는 이름처럼 지속적으로 꽃을 피운다. 우리집에 있는 영국장미인 데이비드 오스틴도 그렇고, 그 외에 심은 다른 장미들도 '사계' 종류이기에, 우리집 마당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장미나 가는잎사계국화 등을 볼 수 있다.


페퍼민트

허브인 페퍼민트의 꽃은 아주 연한 보랏빛이다. 허브이기 때문에 잎을 말려 입욕제로 사용해도 좋다. 번식력이 강한 페퍼민트는 땅 아래에서 퍼지면서 줄기가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땅 위에 있던 줄기가 땅 쪽으로 붙어 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며 퍼지기도 한다. 초보 가드너인 나에게는 진풍경이었다.


이 외에 양평에서 본 은은하고 우아한 보랏빛의 꽃들이다.


가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
약으로도 사용된다는 엉겅퀴
길가 바위 틈의 제비꽃

보랏빛이라고는 하지만 그 밝기부터 진하기, 분위기와 향기까지 다채롭다. 자연은 이렇게나 다양함을 좋아하는구나! 그 다양함에 덕을 보며 살아가는 양평의 오늘도 보라보라하다.

이전 07화매력쟁이 메리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