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살면서 봄이면 올라오는 진분홍 꽃잔디를 많이 본 터라 이사 온 뒤 우리집 바위틈에도 꽃잔디를 심었다. 바위틈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로 꽃잔디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애기말발도리, 바위취 등 바위 사이에 심는 식물이 다양했다. 그중에서 쨍한 주황의 원색을 자랑하는 메리골드의 풍만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메리골드는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 꽃 선생님이 메리골드, 풍년초, 해바라기 씨앗 등을 주었던 것이다. 3월에 씨를 뿌려 몇 개의 메리골드 줄기가 올라와 주황색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처음 걸음마 뗀 아기 보듯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잡초가 지저분해 메리골드를 그곳으로 옮겨 심었다.
매리골드와 그 뒤에 채송화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이 켜지듯 순식간에 반짝했다. 이렇게 반전 분위기를 만드는 꽃이라니, 메리골드는 매력쟁이였다. '내년에는 더 많이 심어볼 테다!'라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왔다. 이런 메리골드의 매력은 네버 앤딩이다.
컴퓨터, 핸드폰, 책 등을 들여다보니 눈이 쉽게 피곤해졌다. 선생님께 메리골드 꽃차를 구입했다. 메리골드는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꽃이니까 말이다. 선생님은 마당에서 나온 메리골드를 식초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말려서 직접 덖어 차를 만든다. 때로는 그 어렵다는 구증구포를 해서 차를 만들기도 하니 노고가 크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리골드 꽃을 따뜻한 물에 살포시 얹어주면 연한 주황빛이 물 사이로 퍼져나간다. 은은한 주황빛의 메리골드 꽃차는 눈으로 한 번 맛있고, 입으로 한 번 더 음미하고, 그윽한 향기로, 세 번 마실 수 있는 차이다.
꽃 선생님의 핸드메이드 상품들
코로나 시국이라 취소될 때도 있지만 2,4주 토요일이면 양수리에서 두물뭍농부시장이 열린다. 꽃 선생님은 이곳에 직접 만든 꽃차와 몇 년 숙성된 효소, 손수 키운 작물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메리골드 꽃차를 올리브 오일에 넣어 메리골드 오일을 준비하고 있다.
한 병에 만오천 원, 이만 원 정도 하는 꽃차가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봄에 씨앗을 뿌려 자꾸 올라오는 잡초를 뽑고, 가물면 물 뿌리며 몇 달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차로 만들려면 가장 좋을 때를 골라(아침 일찍 등) 한 송이씩 꽃을 따 꽃술이나 꽃받침을 제거한다. 망가지지 않도록, 효능이 유지되도록 아기 목욕시키듯 세척하고, 건조한 뒤 몇 번씩 덖다보면 여기저기 몸이 쑤신다. 그래서 꽃 선생님은 몇 달째 손가락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병원에 다니고 있다.
보라색 개미취와 그 뒤의 메리골드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음식은 효능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정성과 마음으로도 먹는다.'라고. 음식에는 따뜻한 정도 담긴다.
꽃 선생님의 꽃차를 보면 꽃차가 담긴 '병'과 '가격'만 보인다. 흘려간 시간과 쏟아부은 정성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린왕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몸이 아파도, 모기에 물려도, 땀이 줄줄 흘러도, 피곤해도 우직하게 농사 지으며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를 만드는 농부들에게 고개 숙여진다. 꽃 선생님의 핸드메이드 먹을거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싶다.
*아침에 날아온 꽃 선생님의 꽃소식 사진을 활용해 메리골드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꽃을 피우는 메리골드의 매력을 알려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