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장수풍뎅이와의 만남

by 유진

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곤충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일 것이다. 그것도 암컷이 아닌 수컷 말이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슴벌레 수컷은 뿔이 두 개, 장수풍뎅이 수컷은 뿔이 하나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그 뿔들이 곤충 세계에서는 그것 나름대로 웅장하고 강인해 보이는지라, 아마도 남자아이들이 매료되는 건 아닐까 싶다.


우리집 아이들도 곤충을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는 사마귀, 메뚜기 등에도 관심이 많아서 좀비 사마귀 운운하며 논두렁 길을 걸어 집으로 걸어가곤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니 사마귀 같은 곤충은 시시해지나 보다. 그래도 아직 아이들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에게만은 열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쪽 마을로 이사 오기 전 우리는 서종의 번화가인 문호리에서 살았다. 문호리는 여기보다 자연적이지 않은 느낌이라 서운했는데, 초여름 저녁 집으로 걸어가다 길바닥에 있는 장수풍뎅이 수컷을 발견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집에서는 야밤 가출이 자행되었다! 새벽 1, 2시가 되면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를 잡겠다고 두 아들이 의기투합해 집을 나간 것이다. 인적 없는 어두운 밤이어야 이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집에 남겨진 나는 잠도 못 자고 뒤척이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면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우리가 만난 장수풍뎅이 수컷

그렇게 야밤 가출이 자행되던 어느 날 아이들이 장수풍뎅이 암컷을 모셔오고, 그다음에는 수컷을 데려왔다. 그런데 그 수컷을 데리고 온 날, 암컷과 수컷이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알이 애벌레가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았다. 살아있는 생태학습장이었다.

북한강 산책로에서 만난 사슴벌레 수컷


때로는 우리가 찾으러 가지 않아도 양평의 여기저기를 걷다 보면 이런 곤충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큰아이는 문호리에 있는 북한강 산책로를 자주 갔는데 그곳에서 사슴벌레 수컷을 만나 이렇게 카메라에 담아오기도 했다.

안쪽 마을로 이사 온 뒤에도 아이들의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사랑은 이어졌다. 야간 가출이 아니어서 나는 다행이었지만, 아이들은 터덜거리며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3주가 흘렀을까. 밤에 큰아이가 동생 이름을 목청껏 불렀고, 곧이어 환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집 위에 있는 산

지금 우리집은 산속에 폭 안겨있다. 몇 분만 걸어올라 가면 이런 산을 만날 수 있다. 큰아이 말로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신비한 숲' 같단다. 산이 크고 깊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찾으러 갈 때는 보이지 않던 곤충들이 우리집에 알아서 날아왔다.


환호성이 울려 퍼진 그날도 그랬다. 침대에 누워있던 큰아이는 발코니에서 파다닥하는 소리를 들었다. 날갯짓 소리로 보아 작은 곤충이 아니라는 촉이 왔단다. 아니나 다를까 창문을 열고 나가니 사슴벌레 두 마리가 방충망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집'에서 사슴벌레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식당 앞에서 만난 하늘소

이렇게 양평에서 살다 보면 수많은 생명체를 만날 수 있고, 돈을 쓰지 않아도 신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자연이 마냥 고맙다. 떼쓰지 않고 곤충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는 아들들도 대견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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