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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2. 2022

요즘 피어있는 정원의 꽃들

사진-에키네시아

 청명한 푸른 하늘과 땀나는 햇볕, 시원한 그늘이 공존하는 9월이다.

아직도 여름 같은 한낮이지만 겨울 이불을 벌써 꺼내어 덮고 자면서 밤에는 춥다고 난리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브런치에 발길이 뜸했다. 7월은 공부 막바지에 여력이 없었고,

8월은 공부를 끝내고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버렸다.

10년을 끌었던 공부의 대미를 마치고 나니 자랑스러움이나 성취감보다는 마음이 헛헛했다.

그리고 그 헛헛한 마음을 유튜브와 약간의 책으로 달래는 동안, 브런치로부터 문자가 왔다.


"작가님 글이 보고 싶습니다.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ㅠ.ㅠ"


 글쓰기가 힐링이 된다는 것을 브런치를 하면서 알았다.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어려운 책들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다가 잠시 잠깐 쉬는 시간, 그것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머리 쥐어뜯을 일이 없어지니 자연스레 무위자연으로 돌아가 노닥노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구독자가 한 분씩 늘어나니 전원 소식을 전해드려야겠다 정신을 차릴 수밖에.


 오랜만에 돌아온 인사가 이렇게나 장황했다. 여기서 낚시질하는 제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요즘의 정원을 소개해 드리겠다.  


해바라기와 백일홍

 막대기를 떨어뜨려 줄기가 꺾여 죽을 줄 알았던 해바라기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 이렇게 만개하였다. 오후의 햇빛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존엄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백일홍은 씨앗을 뿌려 키워낸 꽃으로 이렇게나 키가 큰지 키워 보고서야 알았다. 식물을 잘 아는 방법은 직접 키워보는 것만 한 것이 없다.  


란타나와 메리골드


 란타나는 세 가지 색 꽃이 피는데, 사진으로 보면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꽃이 보인다. 월동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화분에 심어 밖에 내놓았다. 비에는 질소 성분 등이 있어 비를 맞는 게 성장에 더 좋기 때문에 지금은 비를 맞고, 겨울에는 화분째 안에 들여놓을 생각이다.

 메리골드는 작년에는 주황색 꽃만 피었는데, 올해에는 노란색 꽃도 피어 '메리골드=주황색'의 공식을 깨게 되었다.


목수국과 별수국

 목수국의 꽃이 무거워 아래로 추욱 처졌는데 지금은 지지대를 세우고 줄로 묶어 위로 향하게 고정해 놓았다. 이렇게 고정을 해 놓아야 나무가 잘 자라고 수형도 예뻐진다고 한다. (나의 전속 정원사분께 감사를!)

 별수국은 봄에 한차레 옹기종기 피고 졌는데 왜 또 여름에 다시 피어나는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자세히 보면 꽃 안에 별 있다~


맥문동과 설악초

  

 봄에 심은 맥문동은 보라색 꽃을 매달았다. 가느다랗게 뻗은 줄기가 조금은 심심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식물이었는데 보라색 꽃을 피워내니 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 완전체가 되었다고나 할까. 보라 덕후인 내게 요즘 새로운 미를 선사하고 있다.

 설악초는 누차 언급한 꽃 전문가 선생님께서 본인의 마당에서 있는 몇 가닥을 뽑아 주셔서 심었는데, 자라고 보니 양평 여기저기에서 요즘 한창 볼 수 있는 설악초였다. 멀리서 보면 하얀 무늬 잎이 시선을 끌지만 가까이 보면 아기 같은 꽃이 피어있다.


에키네시아


   봄에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에키네시아가 몇 달이 지나도록 잎 몇 가닥만 유지한 채 시름시름했다. '흙이 안 맞는 건가' 하며 고심했는데 왕초보인 나의 잘못이었다. 뿌리 사이사이에 흙이 들어가도록 하고 물을 충분히 주어 흙 속의 공기를 빼어 뿌리에 흙과 물이 잘 닿게 심었어야 하는데 잔뿌리들이 땅 속 빈 공간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물을 뿌려주어도 물을 먹을 수가 있나.. 몇 달 동안 물고문을 시킨 것이다.


  나의 전속 정원사님께서 땅을 파보고는 심폐소생술을 펼치듯 수정을 가한 결과, 지금은 이렇게 살아나 꽃을 피웠다.


 여름의 마지막을 위태로운 태풍, 힌남노가 위협하고 있다. 나의 정원도, 우리 모두의 집도 안전하게 지나가기를 기도해본다.

 

 또, 조만간, 곧, 자주 인사할게요.  모두 그때까지 안녕.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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