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을 열고
"엄마, 엄마는 치매에 걸리면 나랑 살아."
"뭐? 치매? 너는 엄마가 치매에 걸리면 좋겠니! 별소릴 다 하네."
저녁을 먹고 큰아이와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큰아이가 훅하고 들어온다.
평소 엄마는 또래보다 귀여워서 치매에 걸리면 더 재미있을 테니 자기가 데리고 산단다.
나로서는 어이없고 기가 차는 이야기이지만 아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느낌이 ’ 귀엽다 ‘라니
어찌 되었건 기분은 참 좋다.
나는 육 남매의 넷째이다. 부모님 포함 할머니까지 아홉 식구가 복작복작 살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이 아니다 보니 결혼 전까지 내방을 가져 본 경험이 없다.
결혼 후에는 늘 남편과 함께 있었고 남편이 없을 때는 아들 둘과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큰아이를 마지막으로 두 아들 모두 결혼을 했다.
게다가 나는 6년째 미망인이니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것이다.
자타공인 귀여운 꽃중년이 드디어 맞은 '티타임'
바쁜 아침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후다닥 청소를 마친 후 갖는 여유로운 시간.
젊음을 담보로 치열했던 삶 속에 간절히 원했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약간의 공주병을 앓고 있고 초롱초롱한 눈빛 속에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나.
아직도 스무 살의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나.
자, 이제 차 한 잔 마시면서 새장을 열고 날아갈 준비를 해볼까?
한계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밑천 삼아 과감하게~
T-time : 흥미로운 수다 , 로켓등의 시험 발사 시간. Teatime의 중의적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