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버킷리스트(Bucket List)’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망을 정리한 목록을 흔히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흥미로운
배경과 함께 세상에 등장했다.
‘버킷리스트’는 영어 표현인
‘kick the bucket(죽다)’에서 파생된 말로,
말 그대로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경험을 기록한 목록을 의미한다. 이 표현의
기원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세 유럽에서 가축이나 사람을 처형할 때
그들이 죽기 전 양동이(bucket)를 밟고
서 있다가 그것을 걷어차면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데서 이 말이 생겨났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 단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7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The Bucket List》의 흥행 덕분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암 선고를 받은 후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고, ‘버킷리스트’는 전 세계적인
문화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이루고
싶은 것을 적어놓는다.
크리스천인 나는 그 목록을 가지고 일 년 동안
하나님께 기도하며 목표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어떤 것들은 빨리 이루어지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실마리만큼의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것이 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나 직업, 자녀에 대한 기대,
또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을 하나님께로
전도하는 일들이 버킷리스트에 담겨 있다.
비교적 나와 아이들의 문제는 빨리 해결되거나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는데 한 영혼을
하나님께로 전도하는 일은 마치 3년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심정과도 같다.
내 아버지는 40년 만에 전도되어 구원받으셨고
시어머니는 31년 만에 구원을 받으셨으니
그 소망이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서
사라지지 않고 견뎌준 것이 대단할 정도이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버킷리스트(Bucket List)’.
바로 대학원 진학이다.
스물셋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던 나는
서른 살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학교를 가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 5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지하철이 연결되어 서울로 나가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지만 32년 전만 해도 김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를 다니려면 거짓말
조금 보태 죽을 각오로 다녀야 했다.
결혼 후 비교적 빠른 시기에 첫아이가 생기고
입덧이 심해 대학졸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삶을 전향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아이가 세 살쯤 되었을 때 뭔지 모를
공허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인생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라는 우울감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대학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국어국문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캠퍼스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아이들을
재우고 밤새워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리포트, 대학 졸업 논문까지
아줌마의 한계를 하나하나 넘는 성취감도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고 유학 보내고 뒷바라지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내 꿈은 서랍 속에 봉인되었고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사십 대 후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고 시집과
에세이 전자책등을 출간하게 되었다.
SNS를 통해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며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될 무렵 내 안에 갈급함이 느껴졌고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작가님, 작가님도 000대 학원에 도전해 봐요.
문창과로는 그만한 교수진이 없어요.
유수의 작가들도 많이 배출되었고요."
평소 멘토처럼 생각하고 있던 작가님이 00대 학원
진학을 권유해 주었고 후기 모집정보를 알게 되었다.
연구계획서와 자기소개서, 심층면접까지 입학
자격기준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했다.
"안녕하세요, 000대 학원입니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심층면접일과 장소는 홈페이지를..."
'하나님, 감사합니다!' 꿈꾸는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나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던 남편은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매달 나에게 용돈을 보낸다.
그냥 먹고 쓰기엔 너무 애달프고 아깝고
귀한 것이기에 마음속에서 늘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 또한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이제 그 용돈은 내 학업을 위해 쓰려고 한다.
내가 배우고 익히는 일에 남편의 응원이
또 한 번 큰 힘이 될 것이다.
"엄마, 대학원합격 축하해, 필요한 것 사러 가야지!"
또 하나 그를 닮은 아들들의 무한 지지를 등에 업고
꽃중년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이루기
위해 당차게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