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꼬박 지새운 날,
새벽 5시 12분
밖에 야경이 너무 예뻐서 찍어두었다가 선물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데
원치 않는 후레시가 터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휙 내린다는 게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컷
그런데 찍고 보니 온전히 정성 들여 찍은 사진보다
이 사진이 뭔가 내게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저 불빛이 하늘에 보내고 있는 각자의 간절한 소망과 기도의 마음이라면,
각자 마음의 소망의 크기가 빛깔도 모두 다를 테지만,
저 빛이 만들어낸 선들처럼
어떤 소원은 하늘에 끝까지 닿아 소원이 이뤄질 수도 있겠고,
어떤 소원은 닿으려면 한참 멀었다 싶은 것도 있겠고,
또 어떤 소원은 조금만 더 간절하면 닿을 것 같은데, 저기서 끊어질까, 기어코 닿게 될까, 아슬아슬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고 절로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도 있다.
기대와 실망, 오해와 서운함, 어려운 처지까지
내편인 것들이 없는 상황에서 홀로 간절히 바라고 기도했던 것에
저 끝까지 닿은 빛 선처럼
과연 나는 마침내, 닿을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지독히도 외로워지는 그 시간을
어떻게든 밝은 척 씩씩한척하고 싶어 쏟아냈던 장난스러운 말들과,
간절히 원해도 들을 수 없고, 원해서도 안 되는 그런 것들에
서운함과 속상함에 자꾸 못나지는 나 자신이 미워서 어떻게든
내가 가진 긍정의 방향으로 모든 생각과 마음을, 일상을 조정해내고 싶었다.
그런 말과 행동이 어느 경우엔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불안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었다는 게
억울하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누구보다 사랑이 가져다주는 불안과 서운한 마음을 잘 아는 나여서,
더욱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느리지만, 어렵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오고 있는 그 마음을 위해
이제 내가 용기 내야지.
내게 오는 길만큼은 불안하지 않고, 서운하지 않고, 두렵지 않게
따뜻하고, 안정감 있고, 행복한 꽃길을 만들어 줘야지.
그러면
그 언젠가
우리는 진짜 "우리"가 되고,
"우리"의 간절함과 그리움과 애틋함도
그 언젠간 하늘에 닿은 고운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날 같은 새벽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수고했노라, 고마웠노라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